[단독]‘안병용 문건’에 부산 당협 명단도 담겨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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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A4용지 2장 입수

2008년 전당대회 당시 박희태 후보 캠프에서 서울 및 원외 조직을 담당했던 안병용 서울 은평갑 당원협의회위원장(사진)이 현금 2000만 원을 돌리라며 소속 구의원들에게 돈과 함께 건넨 명단에는 서울 지역뿐 아니라 일부 부산 지역 당협위원장 명단도 포함돼 있었다.

▶본보 9일자 A1면 “당협 국장 30명에 50만…

A3면 “노란 봉투 속에 100만원씩 묶은 1만원…


동아일보는 12일 안 위원장이 6월 중하순경 구의원 5명에게 “서울 지역 당협 사무국장 30명에게 50만 원씩 나눠주라”고 지시하면서 돈을 나눠줄 명단 명목으로 건넨 A4용지 2장짜리 문건을 입수했다.

안 위원장은 구의원들에게 이 문건을 펼쳐놓고 “조를 짜서 당협을 찾아가 ‘안 위원장이 보내서 왔다’고 말하라”고 전달 방법을 설명한 뒤 현금 1만 원짜리 100장이 묶인 100만 원 다발 20개를 커다란 노란 봉투에 문건을 함게 넣어 건네준 것으로 알려졌다.

구의원들은 당일 오후 현금 2000만 원은 돌려주었으나 이 문건은 돌려주지 않고 가지고 있었으며 최근 조사과정에서 검찰에 이 문건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컴퓨터로 작성된 문건은 선거구, 당협위원장 이름, 회의 참석, 대리 참석, 해당 당협위원장 관리 책임자, 친분관계, 당협위원장 휴대전화 번호 등으로 분류돼 있다.

이 문건에 따르면 안 위원장이 돈을 건넬 명단으로 제시한 30개 당협은 서울 지역 전체 48개 당협 중 본인이 고르는 형식이 아니었다.

[채널A 영상] 책임지고 ‘관리’하라…박희태 선거캠프, ‘고승덕 담당자’ 있었다

▼ 캠프회의 참석란에 ○X 표시… 관리책임자 별도 지정하기도 ▼

서울 전체 당협 명단 중 19번째부터 48번째까지 뚝 잘라서 해당 당협 사무국장에게 다 돌리라고 지시한 것으로 표시돼 있다. 당시 돈을 돌리라는 지시를 받았던 한 구의원은 “서울 지역 첫 번째부터 18번째까지는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이 담긴 첫 번째 장에 이어 두 번째 장에는 부산 지역 8개 당협 명단도 포함돼 있다. 서울 부산이 전국 당협을 나열하는 일반적인 관제 순서이기 때문에 서울 부산에 이어 제주까지 16개 시도의 전국 245개 당협 전체를 모두 이런 서류 양식에 따라 체계적으로 관리했던 것으로 보인다. 서울뿐 아니라 부산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돈을 돌리려 했을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검찰도 이 문건을 확보한 만큼 수사의 범위가 서울뿐 아니라 전국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문건에는 박 의장을 지지했던 당협위원장뿐 아니라 당시 경쟁자였던 정몽준 허태열 후보의 편에 서 있던 당협 명단도 분류돼 있다. 그러나 안 위원장은 정몽준 허태열 후보 지지 당협의 사무국장에게까지 돈을 다 돌리도록 지시했다.

박 후보 측의 한 캠프 관계자는 “사무국장에게는 소액이기 때문에 전 지역구에 거의 다 돌리고 당협위원장들에게는 열세지역을 제외한 지지, 중립 의원들을 중심으로 일부에게 돈을 돌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도 검찰 조사에서 구의원들에게 돈을 돌리라고 지시한 혐의는 부인했지만 이 문건을 캠프에서 사용한 사실은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 회의 참석 여부, 관리 책임자까지 체계적 관리


회의 참석란에 동그라미가 쳐져 있는 이들이 실제 캠프 회의에 참석한 것인지, 회의에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회의에 참석했다고 동그라미가 쳐져 있는 당협위원장은 모두 친이(친이명박)계로 분류되는 사람들이다. 명단에 있는 서울 지역 30개, 부산 지역 8개 당협위원장 중 회의 참석란에 표시된 이는 18명이었다.

구의원 5명에게 건네진 문제의 문건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박희태 후보 캠프에서 서울 및 원외조직을 책임졌던 안병용 서울 은평을 당협위원장이 자신의 지역구 소속 구의원 5명에게 현금 2000만 원을 30개 당협 사무국장에게 돌리라고 지시하면서 건넨 문건.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구의원 5명에게 건네진 문제의 문건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박희태 후보 캠프에서 서울 및 원외조직을 책임졌던 안병용 서울 은평을 당협위원장이 자신의 지역구 소속 구의원 5명에게 현금 2000만 원을 30개 당협 사무국장에게 돌리라고 지시하면서 건넨 문건.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당시 전대에서 300만 원의 돈봉투를 받았다가 돌려줬다는 고승덕 의원의 경우에도 회의 참석란에 동그라미가 쳐져 있다. 고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같은 친이계로서 그분을 당연히 지지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것까지 주실 필요가 있는가 생각이 들어 돌려보냈다”고 밝힌 바 있다.

고 의원의 경우 관리 책임자를 별도로 지정해 놓은 것도 눈에 띈다. 관리 책임자가 지정돼 있는 당협위원장은 어느 편이든 지지 성향이 확실한 이들이 아닌 지지 정도가 약한 친이계 당협위원장들이었다. 고 의원도 박 후보 측에선 확실히 자기편으로 판단하지 못한 것으로 추측된다. 관리 책임자는 박 후보 캠프에서 열심히 활동한 의원들 중 해당 당협위원장과 친한 이들로 지정돼 있었다. 고 의원의 관리 책임자로는 친이상득계로 분류됐던 A 의원의 이름이 적혀 있다.

당시 총선에서 떨어지고 미국에 체류하고 있던 이재오 의원의 경우 대리 참석란에 동그라미가 표시돼 있었다. 친분 관계란에 이 의원의 지역구에서 활동하는 측근 김모 씨의 이름이 적혀 있어 그가 대리인으로 활동했을 것으로 보인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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