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檢, “돈봉투 전달자는 당시 박희태 비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1일 03시 00분


高모씨 체포영장 청구… 고승덕 의원실서 얼굴 확인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돈봉투 살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상호)는 10일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실에 돈봉투를 직접 전달한 인물이 한나라당 대표 후보였던 박희태 국회의장 의 당시 비서 고모 씨라고 보고 고 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돈을 전달한 ‘검은색 뿔테 안경을 쓴 남자’가 고 씨라고 검찰이 특정한 것이다.

검찰은 9일 박 의장 측으로부터 돈봉투를 직접 건네받은 당시 고 의원실 여비서 이모 씨를 불러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전당대회 당시 박 의장 캠프와 주변 보좌진 사진을 이 씨에게 보여주는 방법으로 이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고 의원은 “전당대회 2, 3일 전 30대 초중반의 남성이 의원실에 찾아와 ‘꼭 고 의원에게 전해 달라’며 300만 원과 ‘박희태’란 이름이 적힌 명함이 든 노란 서류봉투를 이 씨에게 건넸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제 보좌관 김모 씨가 전당대회 다음 날인 7월 4일 한나라당 당사에서 고 씨에게 돈봉투를 되돌려줬다”고 덧붙였다. 결국 고 씨가 돈을 전달한 뒤 되돌려 받기도 한 셈이다. 고 씨는 현재 박 의장의 측근인 한나라당 Y의원의 보좌관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고 씨를 조만간 체포해 300만 원이 든 돈봉투를 의원실에 전달한 경위와 되돌려 받은 경위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또 고 의원이 돈봉투를 돌려준 직후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박 의장 측 인사도 불러 전화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이날도 돈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해 참고인 1명을 불러 조사했다.

한편 고 의원이 검찰 조사 과정에서 돈을 받은 뒤 돌려준 정황이나 돈 전달에 관여한 인사에 대해 구체적인 진술을 하지 않아 검찰 수사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고 의원은 돈 전달 과정의 구체적인 정황을 묻는 질문에 대체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돈의 출처나 전방위 살포 의혹을 규명하는 일은 온전히 검찰의 숙제로 남게 됐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 내 법조 출신 의원들 사이에선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검찰 출신인 한 의원은 “검찰이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 소환조사를 벌이거나 계좌추적을 시도하면 표적수사로 번질 수 있다”며 “여야의 핵심 인사들을 지목해 자유롭게 수사할 수 있도록 특별검사를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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