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덕 의원 “명함에 직함없이 한자 이름만”

■ 고승덕 의원 기자회견
“전달한 사람 김효재 아니다”

“내가 받은 것도 노란 돈봉투”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사건을 공개해 파문을 일으킨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이 9일 국회 정론관에서 검찰 수사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은 9일 ‘전당대회 돈봉투’와 관련해 “쇼핑백에 가득한 노란색 돈봉투”를 강조했다. 2008년 7·3전당대회 당시 박희태 후보 측이 노란 봉투를 다량으로 준비해 의원실과 원외 당협위원장 및 대의원들에게 뿌렸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그는 “오늘 신문을 보니 또 노란색 봉투가 논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 후보 측의 서울 및 원외 조직을 책임졌던 A 당협위원장이 서울지역 30개 당협 사무국장에게 50만 원씩을 돌리라고 지시하며 소속 구의원들에게 ‘노란 봉투’를 건넸다는 9일자 동아일보 보도를 가리킨 것이다.

고 의원은 “일부 언론에서 돈봉투를 들고 온 사람이 K 수석(김효재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인 것으로 보도한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돈봉투를 돌려준 당일 오후 박 후보 측 인사로부터 전화를 받은 것에 대해서는 “전화가 온 것은 사실이지만 (전화를 한) 박희태 대표 측 관계자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오늘 이 시점에서 말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자신 때문에 엉뚱한 사람이 피해를 보는 상황을 풀어주는 한편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돈봉투에 들어 있던 명함에 대해서는 “보통 명절에 의원실로 선물을 돌릴 때 넣는 명함처럼 직함이 없이 한자로 이름 석 자만 적힌 명절 선물용 명함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돈봉투를 돌려준 이유에 대해 “18대 국회 중 가장 정신적으로 충격을 많이 받은 사건이었다”며 “돈봉투는 우리 정당의 50년 이상 된 나쁜 관행이고 여야가 모두 자유로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고 의원은 ‘순수한 의도’에서 돈봉투 의혹을 꺼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번 일을 폭로라고 규정하는 것 자체가 너무 답답한 일”이라며 “지난해 12월 한 신문에 우리 정치의 발전을 바라면서 쓴 고정 칼럼은 (비슷한 내용인데도) 문제 제기가 안 됐는데 최근 종합편성채널(채널A ‘박종진의 쾌도난마’)에 출연하면서 논란이 증폭됐다”고 말했다. “당초 예상 질문에는 예산안에 관한 것만 잔뜩 들어 있었는데 가보니 진행자가 제가 쓴 칼럼 열몇 개를 들고 질문을 던지는데 아니라고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