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민주 ‘與공격 부메랑’에 당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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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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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권주자 돈봉투 살포說에 발칵

민주당 긴급 최고위원회의 민주통합당이 9일 오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1·15전당대회와 관련해 제기된 돈봉투 거래 의혹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민주당 긴급 최고위원회의 민주통합당이 9일 오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1·15전당대회와 관련해 제기된 돈봉투 거래 의혹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민주통합당은 지도부 선출 경선이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9일 당권주자의 돈봉투 제공 의혹이 불거지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고승덕 의원이 제기한 한나라당의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에 대해 “비리로 비리를 덮는 정당” “만사돈통 정당” 등의 격한 어조로 전방위 공격을 해온 민주당으로서는 부메랑을 맞은 격이 됐다. 이날 오후 2시 충북 청주시에서 열린 당권주자 합동연설회에 참석했던 원혜영 공동대표는 돈봉투 제공 의혹이 터진 후 급히 서울로 올라와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었다.

최고위원들은 회의에서 돈봉투 제공 의혹의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못한 채 격론을 거듭했다. 침통한 분위기로 일관된 회의에선 “비용이 들더라도 모든 선거일정을 중단하고 후보들을 불러 진상조사를 해야 한다”(정범구 위원), “외부 인사로 구성된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야 한다”(이용선 공동대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시민통합당 출신의 한 최고위원)는 주장이 이어졌다. 일부 최고위원은 “사실관계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심각하게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이니셜 거명 수준으로는 진상조사가 어렵다.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가 먼저 조사해야 한다”고 타협책을 내놓았다. 원 공동대표는 “이 정도 의혹으로는 검찰에 넘기기는 어렵고 외부 인사 구성은 시간이 걸리니 우선 해당 지역위원장을 조사해야 한다. 진상조사위원회 활동으로 안 되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자”는 의견을 냈다. “돈봉투 살포 당사자로 거명되는 후보는 사퇴해야 한다”(이 공동대표)는 의견까지 나왔다.

결국 최고위원회는 고검장 출신의 임내현 민원법률위원장이 간사를 맡은 진상조사단을 부산에 급파해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10일 오전 열리는 긴급 최고위원회에 보고하기로 했다. 최고위가 비교적 신속하게 진상조사에 착수한 것은 한나라당이 돈봉투 사건으로 당 해체론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덮고 가겠다고 할 경우 여론의 역풍을 우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당 안팎에서는 지난해 12월 26일 지도부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컷오프)을 앞두고 모 후보 측이 일부 지역위원장과 식사를 하며 30만∼50만 원을 건넸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민주당과 시민통합당이 통합하기 전부터 모 후보가 대표 경선을 염두에 두고 돈으로 지역 조직을 관리했고 통합을 결의한 지난해 12월 8일 임시 전국대의원대회 때도 돈이 뿌려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당권주자들도 진상조사와 돈봉투 제공 후보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한명숙 후보 측은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당 지도부가 현명하게 처리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인영 후보 측은 신속한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박영선 후보 측은 “전당대회 진상조사위가 구성돼 있는 만큼 철저히 진상을 조사해 관련 사실이 드러나는 후보는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성근 후보 측은 “새로운 정치에 낡은 관행이 발붙일 수 없다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이학영 후보 측은 논평을 통해 “돈봉투 구태정치를 달고 창당대회를 치를 순 없다. 진상조사와 함께 해당 후보를 제명하고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용진 후보는 “검찰 고발을 통해서라도 사실을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 관련자가 컷오프를 통과한 사람이라면 사퇴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박지원 후보는 당내 일각에서 돈봉투 제공자로 자신을 지목하는 데 대해 “정치적 음해가 돼선 안 된다”며 “(지역 합동연설회 등에서) 나는 내 밥 한 끼도 안 먹고 다녀요. 나는 아니다”고 부인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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