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세계원조총회 D―6]“개발원조 노하우 전파” 한국 젊은이들 나선다

  • Array
  • 입력 2011년 11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부산 세계개발원조총회를 일주일 앞둔 22일 행사장인 부산 벡스코 내 사무국에서 준비요원들은 막바지 행사 점검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행사 운영요원과 자원봉사단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한창이었다.

800명에 이르는 운영요원과 자원봉사자의 대다수는 20, 30대다. 이들 중에는 앞으로 개발협력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젊은이도 적지 않다. 사무국 관계자는 “이들은 총회 참석차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을 국가별로 맡아 세세한 안내와 지원업무를 맡게 된다”며 “이번 총회를 도우려는 젊은이들의 열기가 대단하다”고 전했다.

전 세계 빈곤국을 지원하고 성장을 돕는 개발협력 분야가 젊은이들의 ‘블루오션’(잠재력이 큰 미개척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저개발국을 돕고 새로운 개발협력 모델을 찾는 일에 젊은 인재들이 적극 뛰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 부산 총회로 모여드는 젊은이들


전 세계의 개발협력 현안들을 논의하기 위해 29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사흘간 열리는 부산 개발원조총회는 개발원조 분야의 세계 최대 국제회의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을 비롯해 160여 개국 장관급 인사가 참석한다. 70여 개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NGO) 관계자까지 포함해 모두 25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외교통상부가 이 행사의 홍보를 위해 모집한 200명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자단에는 18세 학생을 비롯해 젊은 누리꾼이 대거 몰렸다. 당시 외교부의 SNS 기자단 모집 메시지는 2만 회 이상의 리트윗(다른 트위터에게 전달되는 것) 건수를 기록해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또 대학(원)생 서포터스들은 지난달 3박 4일 동안 전국을 돌며 부산 총회를 홍보했다. 외교부는 총회 기간에도 ‘청년포럼’ 등 부대행사를 마련해 이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박대원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이사장은 “한국은 과거 원조를 받아야 했던 상황을 이겨내고 경제성장을 이룩한 거의 유일한 성공 모델”이라며 “이런 나라의 젊은이들이 이제 그 경험을 나누고 다른 나라의 발전을 돕는 일이야말로 최고의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발협력 업무는 많은 공부와 경험이 필요한 전문 분야”라며 “더 많은 젊은이가 앞으로 한국의 역할 확대를 위해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지금까지의 원조는 이제 그만


이번 부산 총회는 세계 개발협력의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하는 기회라는 점에서 국내외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사흘간 이어지는 각종 분과토론과 특별세션 등을 통해 과거와는 다른 원조 및 개발협력의 방식과 접근 방향이 집중 논의될 예정이다.

여기에는 과거 선진국 중심으로 이뤄져온 원조가 저개발 국가들의 발전을 이끌어내는 데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반성이 깔려 있다. 지난 50년간 아프리카에 투입된 원조액은 1조 달러(약 1100조 원)가 넘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아프리카의 대다수 국가는 빈곤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의 ‘2010년 세계 식량불안국가’ 보고서에 따르면 아직도 전 세계 22개국 1억6600만 명이 장기간의 식량 위기로 만성적 기아에 직면해 있다. 이들 국가 중 수단은 전체 공적개발원조(ODA)의 62%를 인도적 식량지원 형태로 받았지만 기아 문제를 개선하지 못했다. 소말리아는 이 비율이 64%에 이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 많은 돈이 다 어디로 갔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지원을 받는 쪽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온다. 조제 하무스 오르타 동티모르 대통령은 2008년 뉴욕에서 열린 새천년개발목표(MDGs) 회의에서 선진국의 원조 방식에 대해 “더 이상 타당성 조사를 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진국들이 너도나도 들어와 각종 조사만 할 뿐 실제 도움은 되지 않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 개발협력 패러다임의 대전환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발 효과성’을 높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원조 물자를 효율적으로 전달하고 관리하는 것에 집중했던 ‘원조 효과성’에서 한발 더 나아가 원조가 수여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 같은 실질적 경제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개발 효과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교부의 임정택 개발정책과장은 “개발 효과성은 선진국의 원조가 일회성 식량 지급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이들 국가의 개발로 이어지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는 개념”이라며 “원조의 양보다는 질을 중시하는 패러다임 전환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부산 총회에서는 ‘남남협력’의 가능성도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는 지구 북쪽의 선진국이 남쪽의 저개발국을 지원하는 이른바 ‘남북협력’ 중심이었던 반면 최근에는 신흥 개발도상국들도 공여 주체로 나서는 ‘남남협력’의 사례가 늘고 있다. 유럽 미국 등 서구 선진국이 글로벌 경기침체로 원조 규모를 줄이는 반면 중국 브라질 인도 같은 신흥국가들이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OECD 산하 개발원조위원회(DAC) 국가들의 원조 총액은 약 1280억 달러. 중국 등이 구체적인 원조액을 공개하지는 않고 있지만 이들 신흥국가의 원조액은 선진국의 30%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장기적으로 그 비율이 50 대 50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밖에 정부 중심이었던 과거와 달리 ‘빌&멀린다 게이츠재단’ 같은 비정부기구(NGO)가 원조의 ‘큰손’으로 떠오르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들 단체는 주요 국가와 손잡고 민관 합동으로 식량과 보건, 교육, 의료지원 등의 활동을 벌이고 있다.

부산 세계개발원조총회 준비회의 부의장인 박은하 외교부 개발협력국장은 “한국이 이런 변화의 중심에 서서 미래 개발협력을 주도해가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 국장은 “개발협력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이번에 채택하게 될 ‘부산선언’에서 구현될 것”이라며 “부산선언이 앞으로 주요 개발협력 회의에서 중요한 지침으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양성평등 세션 처음 개최 ▼


부산 세계개발원조총회에서는 양성평등에 관한 특별세션이 열린다. 30일 개회식 후 첫 일정으로 잡힐 만큼 비중 있는 행사다. 그동안 ‘개발원조에서 양성평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선언적 구절은 있었으나 이 문제가 별도로 다뤄지기는 처음이다.

한국과 미국이 공동 주최하는 이 특별세션에는 한국에선 김금래 여성가족부 장관이, 미국에선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참석한다. 당초 클린턴 장관은 일정이 바빠 부산으로 올 수 없다고 밝혔으나 “총회에서 원조와 개발을 위한 여성의 역할과 양성평등 문제를 논의한다”는 얘기를 듣고 참석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 세션에 참석하기 위해 반나절 일정으로 방한한다.

그동안 경제개발에서 여성은 소외돼 왔고 각국도 이에 무관심했다. 하지만 유엔개발계획(UNDP) 보고서에 따르면 동남아시아 여성들의 경제 참여를 독려하면 해마다 베트남의 1년 국내총생산(GDP)에 맞먹는 1000억 달러의 경제적 창출효과를 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는 “저소득 국가에서 엄마가 가계소득을 관리하면 아이의 생존율이 20%나 증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은하 외교통상부 개발협력국장은 “여성에 대한 투자는 곧 자녀교육과 보건으로 이어져 빈곤의 악순환을 끊는 단초를 제공한다”며 “투입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 가장 효율적인 것이 여성에 대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OECD 국가들의 협의체인 ‘OECD 젠더넷’은 28일 부산에서 28개 원조 수혜국을 대상으로 처음 실시한 ‘경제정책 수립에서 여성 요인의 반영 비율’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양성평등 특별세션에 대한 관심을 환기할 예정이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