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선택’ 그 후]“모든 길은 2040으로 통한다” 여당은 읍소, 야당도 고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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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2040에게 자문을 하자.”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다음 주 내내 20∼40대 젊은층 등 한나라당에 비우호적인 국민들을 직접 만날 계획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28일 “대학과 직장을 찾아가 일방적으로 홍보를 하며 지지를 당부하는 활동에서 벗어나 이제 입은 닫고 귀를 열겠다”면서 “국민들로부터 왜 한나라당이 싫은지 문제점을 듣기만 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20, 30, 40대 연령별, 직군별로 그룹을 나눠서 순차적으로 의견을 듣는 자리를 갖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2040세대가 한나라당에 완전히 등을 돌린 것으로 나타난 뒤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당 관계자는 “야권 무소속 박원순 후보에게 60∼70%에 가까운 표를 몰아준 것은 분노에 가까운 표심”이라며 “이유를 막론하고 2040에 엎드려 읍소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속 의원들도 경악했다. 전여옥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환자(국민)가 병에 걸려 의사(정당)를 찾아갔는데 의사가 실력도 없고 환자 이야기도 듣지 않으니 지치고 돈도 떨어진 환자가 민간 대체요법(박 후보)에까지 찾아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태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런 패배를 하고 무슨 현역 프리미엄을 논할 명분이나 근거가 있겠느냐. 현역 의원 프리미엄이 무의미해졌다”고 가세했다.

이 때문에 당 지도부는 쇄신의 핵심 어젠다를 ‘2040과 디지털정치’로 잡았다. 2040세대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찾겠다는 얘기다. 우선 내년 19대 총선의 공천까지 염두에 두고 젊고 참신한 인재의 발굴을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진보진영 인사들이 활발하게 이용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팟캐스트 등 디지털 정치를 보수진영의 소통 방식으로 흡수하기로 했다. 좌파 진영의 ‘나는 꼼수다’ 같은 문화 콘텐츠를 생산하는 문화·예술, 예능인 육성과 지원 방안 등이 쇄신 내용에 포함될 예정이다.

한나라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도 청년층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다음 달 5일부터 6차례에 걸쳐 산악인 엄홍길 씨 등 젊은층에 어필할 수 있는 사회 인사를 초청해 ‘전국 대학생 드림토크’ 행사를 개최한다.

하지만 이런 수준의 쇄신으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13년간 유지해 온 ‘한나라당’ 당명까지 개정하자는 목소리와 ‘당을 해체하는 수준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얘기가 당 지도부에서조차 나온다. 홍 대표는 의원총회 비공개회의에서 “바꿔서 된다면 당명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지도부에서는 △2004년 탄핵정국에서 당사를 팔고 천막당사에 들어간 사례 △사무총장 중심의 거대한 당 조직을 해체하고 국회로 들어가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도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2040의 위력에 압도된 분위기다.

정세균 최고위원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젊은 세대의 요구와 질문에 당이 제대로 답했는지 솔직한 반성과 최선의 방책으로 내년 양대 선거를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인영 최고위원도 “기존 매스미디어를 능가하는 SNS의 등장은 1980년대 민주화 과정에서 형성된 진보적인 유권자들 못지않게 새로운 유권자 집단의 출현이다. 이에 주목해 인물, 비전과 노선, 정당 운영 방식을 혁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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