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 사퇴” 배수진]정치권 파장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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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얻을게 적다” 한나라 “돕겠지만… 이기적 선택” 부글부글
“잃을게 적다” 민주 “사기극” 맹비난속 “보선 유리” 기대감

오세훈 서울시장이 21일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걸자 여야는 주민투표 결과에 따른 시나리오별로 후폭풍의 강도와 진로를 예측하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한나라당 김기현 대변인은 “신임투표가 아닌 정책투표에 시장직 거취를 연계하는 것은 옳지 않고 당으로서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유감을 표시하면서도 “당의 총력 지원 기조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본인만 생각한 이기적인 선택”이라는 지적이 많았지만 “고심 끝에 내린 정치적 결단으로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남경필 최고위원은 “서울시민과 당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도 아니다”고 했고, 정두언 의원은 트위터에 “쿠오바디스(‘어디로 가시나이까’란 의미의 라틴어 문구) 한나라당”이라고 올렸다. 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서울시장 선거 때 공천을 준 당에서 말리는데도 독단적으로 사퇴 결정을 해버리면 제명해야 한다”며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반면 이재오 특임장관은 트위터에서 “대의를 위해 자기를 버릴 수 있다는 것은 높이 사야 할 용기”라고 썼고, 나경원 최고위원은 “투표 무산이라는 사태가 벌어지면 책임을 지고 사과해야 할 사람들은 투표를 방해한 민주당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내부가 이처럼 들끓는 것은 “이겨서 얻을 것보다 져서 잃을 게 더 많을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주민투표에서 승리한다면 오 시장의 주가가 치솟을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의 정국 주도권도 높아질 수 있다. 민주당의 핵심 정책인 ‘무상 시리즈’의 기세를 꺾으면서 복지 이슈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고 내년 총선에서 고전이 예상되는 수도권에서 분위기를 반전하는 계기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한나라당으로선 이번 승부수로 33.3% 이상의 투표율을 올려 승리할 수만 있다면 다행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데 근원적인 걱정이 있다.

오 시장의 사퇴가 현실화할 경우 여권 전반에 예측하기 힘든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당장 주민투표 지지 의사를 간접적으로 밝혀온 임기 후반부의 이명박 정권에 큰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을 부추기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로선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리도 낙관할 수 없는 형편이다. 서울시장을 야당에 내주면 이는 대선 부담으로 이어진다. 이런 점을 감안해 오 시장 측은 사퇴하더라도 올 10월이 아닌 내년 4월 총선 때 보궐선거가 치러질 수 있도록 사퇴 시기를 신중히 결정하겠다는 태도다. 정국이 여권에 아주 좋지 않은 상황으로 치달을 경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대선가도에 좀 더 일찍 뛰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홍준표 대표는 이런 당 안팎의 여론을 의식한 듯 한 언론인 빈소를 찾은 자리에서 “정치는 파도와 같다”면서 “이번 사안은 대한민국의 미래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소(小)주제에 불과하며 내년 총선과 대선까지 많은, 또 정말로 중요한 대(大)주제가 대두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오 시장의 이번 승부수가 보수층 결집의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은 오 시장의 시장직 연계를 “불법 선거운동”(김진표 원내대표) “위협과 협박을 통한 ‘정치 사기극’이고 서울시민에 대한 테러”(이용섭 대변인)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도 내심 민주당에 유리한 판도가 형성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문용식 유비쿼터스위원장은 트위터에 “좋은 후보를 준비해야겠지요. 박영선(의원), 이인영(최고위원), 이계안(전 의원) 등 누가 나서도 오세훈보다는 훨씬 낫겠지요?”라고 썼다. 보궐선거에서 서울시장직을 가져올 경우 내년 총선, 대선에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자유선진당 임영호 대변인은 “시장직까지 건 것은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보도자료를 내고 “오 시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과 이번 시장직 연계 기자회견은 누가 보더라도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한 서울시민의 합리적 판단을 방해해 투표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계산된 정략”이라며 “이는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본질을 오염시키는 불법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이경희 기자 sorimo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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