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의원 3명 입국 저지]“한국정부, 우릴 테러리스트 취급” 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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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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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로 돌아간 그들

그들은 다소 지친 듯하면서도 마치 부당한 대우를 받고 집으로 돌아온 투사들처럼 목소리를 높였다.

1일 오후 10시 20분경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 입국 로비에 모습을 드러낸 자민당의 신도 요시타카(新藤義孝) 의원 등 3명은 시종일관 한국의 “입국거부 조치를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다소 지친 듯한 표정을 짓기도 했지만, 한국 정부의 조치에 대해 언급할 때는 목소리 톤을 높였다.

공항에는 일본의 거의 모든 언론사 기자들과 방송사 카메라맨 등 50여 명이 북새통을 이뤘다. 의원들은 20여 분간 이어진 기자회견 도중 수차례 기자들을 향해 “테러리스트에나 적용하는 법 조항을 우리에게 적용한 데 대해 한국 정부가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입국거부 조치를 공식적인 문제로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깔린 발언이었다. 신도 의원은 “한국 법무부를 통해 공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겠다”고도 했다. 향후 독도와 관련한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해 분쟁지역으로 만들겠다는 의도가 읽혀졌다.

신도 의원은 ‘한국 공항에서 비빔밥 맛있게 먹었느냐’는 질문에 “공항 직원들의 권유를 받아 비빔밥과 냉면, 김치 등을 시켜 먹었는데 매우 맛이 좋았다”며 환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동안 이들의 울릉도 방문 시도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던 일본 언론도 한국 정부가 이들의 입국을 거부한 뒤부터 비중 있게 다루기 시작했다. 주요 신문은 인터넷판에 ‘한국, 일본 의원 입국 거부’란 제목으로 한국 정부의 조치와 일본 의원들의 발언 등을 보도했다. NHK 방송은 1일 오후 7시 메인뉴스에서 “의원 3명이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 명칭) 가까이 있는 한국의 울릉도를 시찰하기 위해 김포공항에 도착했지만 한국이 입국을 허용하지 않았다”며 일본 정부의 반응과 함께 사실 위주로 보도했다.

이들이 하네다공항을 통해 한국행을 강행한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일본의 전반적인 반응은 비교적 냉담했다. 의원들이 울릉도 방문 의사를 밝힌 지난달 15일 이후 극우 성향의 산케이신문을 제외한 일본 주요 언론은 관련 소식을 거의 다루지 않았다. 신도 의원 등이 이날 오전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기에 앞서 기자가 공항에서 만난 일본 시민들은 “그런 일이 있었나요? 금시초문인데요”(40대 회사원)라는 등 무덤덤한 반응이었다. 우익단체의 한 회원은 “일본 언론이 너무 소극적으로 다루고 있다”며 불평할 정도였다. 전반적으로 일본 내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던 이들의 ‘울릉도 방문 시도’가 한국 입국 금지를 계기로 주목을 받기 시작하는 모양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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