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야권통합 門 열고 대선도전 門 안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4년만에 국회찾아 ‘통합’ 회의… “대선 승리방안 논의 뜻깊어”
통합논의 부진 손학규엔 압박… 대선출마 여부 묻자 웃기만

문재인 전 대통령비서실장(노무현재단 이사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을 찾았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함세웅 신부, 김상근 목사 등 21명의 진보개혁 진영의 각계 원로, 정치시민단체 대표가 참여하는 회의체 ‘희망 2013, 승리 2012 원탁회의’의 첫 번째 회의(본청 3층 귀빈식당)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2주기를 기념해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적이 있지만 국회 본청에 온 것은 2007년 비서실장 재임 때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 이후 4년 만이다.

문 전 실장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시민사회와 원로들이 2013년 이후의 국가비전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2012년 대선 승리 방안을 함께 논의해 나가기로 한 것은 대단히 뜻 깊은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야권 통합의 방식과 관련해선 “개인적으로는 2012년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범야권의 대통합이 가장 확실하고 실효성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국민참여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야당이 하나의 정당으로 합쳐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어려운 게) 당연하다”며 “다양한 생각을 하나로 모으는 과정인데 쉬울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문 전 실장은 오래전부터 야권 통합에 ‘역할’을 하겠다고 밝혀왔고, 원탁회의에서의 자신의 역할에 대해서도 “특별한 역할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한 멤버로 논의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그의 원탁회의 참여를 본격적인 현실 정치 참여로 해석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특히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4일 당내 야권연대연합특위를 야권통합특위로 격상시켜 모든 야당을 하나로 아우르는 대통합 논의를 시작했지만 다른 야당들의 외면에 전혀 진전이 없는 상태여서 손 대표에겐 상당한 압박이 될 수 있다.

더구나 문 전 실장은 최근 대선 후보로서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25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조사에서 그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32.3%) 손 대표(11.6%)에 이어 3위(7.1%)를 기록했다.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는 6.7%였다. 이를 두고 그는 “잘 모르겠다”며 대선 출마 여부 질문에도 웃으며 “그냥 갈게요”라고만 했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22, 23일 야권 지지층을 대상으로 야권 대선 후보 적합도를 물은 조사에서는 문 전 실장이 30.1%로 손 대표(25.3%)를 앞섰다.

야권 안팎에서는 그가 야권통합 과정에 힘을 쏟은 뒤 내년 4월 총선에서 부산경남(PK) 지역에 직접 출마하거나 이 지역의 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존재감을 보여주고 성공할 경우 대선 후보로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끊이지 않는다. 친노(노무현) 386 인사인 정윤재 노무현재단 사무처장은 “문 전 실장이 직접 (대선) 후보로 나서는 것은 아직 먼 이야기지만 가능성이 완전히 닫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문 전 실장이 야권통합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내느냐가 그의 위상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문 전 실장은 29, 30일 서울 중구 정동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 출간 기념 ‘북 콘서트’를 열 계획이다. 재단 측은 ‘저자와 독자의 만남’이라고 설명했지만 정치권에선 그가 점점 더 현실 정치권으로 걸어 나오고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