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남북비밀접촉 폭로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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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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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국정원장 “화폐개혁 등 실패로 리더십 손상”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후계자인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연평도 포격사건 등 중대 현안을 지휘하고 있으며, 최근 북한의 남북 비밀접촉 폭로에도 개입한 것 같다고 국가정보원이 22일 분석했다.

원세훈 국정원장(사진)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김정은이 군사적 모험심, 강경한 자세로 군과 공안기관에 대한 지휘권을 강화하면서 차츰 경제, 대남 부문 등으로 정책 관여 범위를 넓히고 영향력을 발휘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 정보위원이 전했다. 다만 원 원장은 “김정은이 최근 화폐개혁에 실패했고 주택 10만 호를 건설하기로 했는데 500호밖에 건설하지 못해 리더십에 손상을 입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인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동아일보DB
북한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인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동아일보DB

국정원은 북한이 남측의 내년 총선과 대선을 겨냥해 이른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원 원장은 북한의 TF 설치설에 대해 “모르겠다”고 즉답을 피했지만 국정원 실무 담당자는 과거의 사례를 들며 “보통 선거철이면 TF를 운영해왔으며 이 팀 외에도 공작조직에 선거 관련 보고를 하라고 지시해왔다”고 설명했다.  
▼ 국정원 “北, 총선-대선 겨냥 TF 구성할것” ▼

북한이 최근 대남 강경기조를 유지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남북관계에 긴장감을 조성해 내부 강압통치의 구실을 마련하고 체제 결속을 도모하는 한편 우리 정부를 흔들려는 것”이라며 “결국 우리의 대북정책 전환, 국론분열을 유도하면서 미국과 중국의 ‘북한 달래기’를 꾀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추가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서는 “식량문제로 국제사회의 원조를 끌어내려는 북한이 이 상황에서 핵실험을 하겠느냐”고 답변했다.

원 원장은 “심각한 경제난으로 인한 주민들의 불만 증가, 중동의 민주화 소식 유입 등에 따라 북한 내 체제위기 의식이 확산됐다”며 “북한 당국이 이를 막기 위해 전현직 고위층 자제들을 요직에 대거 기용해 권력 엘리트의 충성심 제고에 주력하는 한편 특별기동대를 신설하고 시위 진압장비를 도입해 강압통치를 한층 강화했다”고 보고했다. 그러면서 민심 이탈의 근거로 북한 주민들이 단속요원에게 항의하는 사진, 국경지대에 설치된 감시카메라 사진, 헬멧 및 방탄조끼 사진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은 “단속반에 항의하는 사진은 4월 주민들이 장사를 못하게 하는 것에 단순 항의하는 것으로 보고받았던 것”이라며 “국정원 보고가 너무 자의적인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정보위 야당 간사인 최재성 의원은 “방탄조끼는 무장 시위대에 대응하겠다는 건데 이상하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최근 김 위원장의 방중이 김정은 방중으로 잘못 보도됐을 때 즉시 정정조치를 취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중국으로부터 김정일 방문 통보를 받으면서 기밀유지 요청이 있었다”며 “또 중국이 김정일 방중을 통보해준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보위는 이날 자유선진당 이명수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개정안은 국정원의 원장, 차장, 기획조정실장의 임명 조건을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친 자’로 규정하는 내용. 국가안보를 담당하는 고위직은 군 경험이 있어야 위기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고 국민도 신뢰할 수 있다는 취지로 원 원장의 병역 미필을 겨냥한 것이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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