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사건 軍대응 혼란 뼈아파… 국방개혁 안하면 3류군대 될것”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23일 03시 00분


■ 이상의 前합참의장 자서전서 당시 회고

지난해 6월 천안함 폭침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 전역한 이상의 전 합참의장(예비역 대장·육사 30기·사진)이 자서전 형식의 자기계발서를 통해 당시의 심경과 소회를 처음으로 밝혔다. 이 전 의장은 최근 펴낸 ‘세레노 리더십’이라는 제목의 저서에서 “천안함 1주기 열흘 전 희생자 묘역을 참배하면서 이 전우들 앞에서 살아 있음의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며 천안함 사건 전후에 겪었던 상황과 소감을 자세히 소개했다.

이 전 의장은 “천안함 사건의 감사원 감사결과 발표 때 내가 무슨 일로, 어떤 자리에서, 얼마나, 왜 술을 먹었는지에 대해 한 줄의 기사도 없었다. 군문(軍門)에 들어선 이후 한 번도 자기 통제력을 상실할 만큼 술에 취해본 적이 없다”며 당시의 음주 논란을 해명했다. 그는 “사건 당일 3군 수뇌부와 미국 교육사령부 부사령관, 민간전문가들이 계룡대에 모여 육해공군의 합동성을 강화하는 회의를 주관했고, 이는 국방력 시스템을 강화하는 역사적 계기가 됐다”며 “회의 후 만찬 자리에서 참석자들과 반주로 술잔을 나눴다”고 밝혔다.

이 전 의장은 “그만큼 목적에 맞는 순수하고 당연한 자리였기 때문에 지금도 그때 회식을 하지 않았더라면 하고 후회한 적이 없다”며 “왜 천안함 사건이 생겨 당시의 3군 합동성 강화회의가 부각되지 못했는가에 대한 아쉬움은 역사의 몫”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나는 군의 개혁이라는 수술을 시도하는 순간 군복을 벗어야 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전 의장은 “천안함 사건을 지휘하면서 합동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체감했다”며 당시 경험담도 소개했다. 합참의장과 해군참모총장이 각각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하고 예하 해군 작전사령부와 2함대사령부는 긴급 상황을 조치하는 와중에서 2명의 상관(합참의장과 해군총장)에게 보고해야 하는 마당에 합동성이 제대로 발휘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합참의장의 지휘 책임과 권한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이 전 의장은 “합참의장은 작전의 지휘 책임을 지고 있으면서도 제도적으로 예하 작전지휘관의 잘못을 징계할 수도 없고 참모와 지휘관을 임명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진급시킬 권한도 없는 ‘명목상의 책임자’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천안함 사고가 난 지 1년 가까이 지난 지금 우리 군은 또다시 합동성 강화를 위한 논의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며 “마치 대학입시에 낙방한 재수생의 책상에 고3 교과서가 다시 올려진 것 같다”고 비유했다.

이 전 의장은 국방개혁과 관련해 “전투에서의 승리라는 대명제 아래 ‘각 군 고유의 특성을 무시한다’거나 ‘합참의장에게 권한이 너무 집중된다’는 논리는 구차스럽고 사치스럽기까지 하다”며 현 상부지휘구조 개편안에 대한 일부 반대 여론을 비판했다. 그는 “국방개혁은 전투와 작전지휘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본정신을 두고 과감히 시행돼야 한다”며 “지금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치면 우리 군은 영원히 삼류군대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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