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大룰 싸고 아수라장 된 한나라 전국위 들어가 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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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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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없고 ‘힘의 논리’만 있었다

앙금 남았나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오른쪽)와 정의화 비상대책위원장이 6일 당 중진의원회의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다. 전영한기자 scoopjyh@donga.com
앙금 남았나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오른쪽)와 정의화 비상대책위원장이 6일 당 중진의원회의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다. 전영한기자 scoopjyh@donga.com
한나라당은 8일 ‘위임권 논란’으로 난장판이 된 당 전국위원회의 전날 의결 결과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4선 이상이 참석하는 중진의원회의에서 이해봉 전국위 의장의 의사 진행이 깔끔하진 않았지만 관행상 문제가 없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이다. 이들은 더 재론하지 말자는 데도 합의했다.

하지만 전날 기자가 직접 지켜본 전국위의 ‘막장’ 회의는 절차적 정당성 측면에서 문제가 많았다.

○ 호통 반발 분통

7·4 전당대회 경선 규정을 확정짓기 위해 7일 열린 전국위는 기자들을 내보낸 채 비공개로 진행됐다.

그러나 기자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밀스럽게 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 자리를 지켰다.

그저 형식적으로 흐를 줄 알았던 회의는 뜻밖이었다. 친박(친박근혜)계 의원(현기환 이종혁) 등과 전지명 당 재정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먼저 여론조사 결과도 반영하도록 돼 있는 현재의 경선 규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논리를 강하게 폈고 이에 비(非)친박계 전국위원들이 반발하면서 30여 분 동안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뜻밖의 상황이 벌어졌다. 이해봉 의장은 “참고사항일 뿐”이라면서도 전국위 회의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여론조사를 반영하자는 의견이 많았음을 강조했다. 의총은 신주류가 주도했으며 이 의장은 친박계다. 이 의장은 여론조사 반영에 반대하는 전국위원들이 항의하자 “정치를 그렇게 배웠느냐”며 호통을 치기도 했다. 이어 이 의장이 “266명이 낸 위임장에 따라 의장이 의결권을 행사하겠다”고 나서자 전국위 회의장은 이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곳곳에서 고성이 터져 나왔지만 이 의원은 “별다른 의견이 없으면 의결하겠다”며 방망이를 두드렸다. 의결 내용이 무엇이었는지를 서로 물을 정도로 의결은 전광석화처럼 이뤄졌다. 주변에 있던 당직자들조차 “이런 회의는 처음 본다”는 반응이었다.

반발하는 전국위원들에게 둘러싸인 이 의장은 “여러분 의견을 많이 듣지 않았느냐”는 말만 되풀이했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당에 가서 얘기하자”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의결권을 전혀 행사하지 못한 전국위원들은 “위임장보다 못한 대접을 받으려고 새벽부터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왔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 ‘관행’으로 넘어간 중진의원회의

정의화 비상대책위원장은 8일 비대위 조찬회동에서 “전국위 회의가 민주적 절차를 제대로 밟았는지 강한 의문이 든다”며 “전국위 재의 요구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어진 중진의원회의에서 정 비대위원장의 주장에 동조하는 중진의원은 거의 없었다. 이날 회의에는 전국위 회의를 주재한 이 의장과 친박계인 김영선 이경재 의원, 신주류 핵심인 황 원내대표와 남경필 의원 등이 참석했다. 황 원내대표가 “상황으로 보나 관행으로 보나 하자가 없다”고 정리했고, 이에 다른 의견을 내는 이들은 없었다.

지금까지 위임장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던 ‘관행’은 이전 전국위가 대부분의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설령 관행적으로 위임장을 의장이 자신의 의결권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찬반 양론이 치열한 사안인 만큼 표결에 부쳤어야 한다는 지적이 당내에서 나온다.

당내 공식기구도 아닌 중진의원회의에서 최종 결정을 내린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 당직자는 “구주류인 친이(친이명박)계가 당 운영을 독선적으로 한다고 비판했던 신주류가 오히려 ‘힘의 논리’로 자신들의 이해를 관철시키는 모습을 보인다면 결국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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