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의 상자’ 기여입학제 수면 위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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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한계 속 장학금 늘릴 현실적 대안
MB-박근혜 긍정적… 여론 설득이 관건

대학등록금 경감 방안이 정치권의 핵심 이슈로 떠오르면서 ‘판도라의 상자’ 같은 대학 기여입학제 도입 문제가 논의에 포함될지 주목된다. 국가재정 지원만으로 등록금 부담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 기여입학제 도입 문제를 만지작거리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관계자는 25일 “워낙 민감한 문제라 아무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을 뿐이지, 기여입학제 문제를 건드릴 수밖에 없다. 정부나 국회, 대학 관계자들과 교육 전문가들은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해선 기여입학제만 한 현실적 방안이 없다는 암묵적인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수가 낸 기부금으로 많은 학생에게 장학금 혜택을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이날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원내교섭단체대표 라디오 연설에서 “기업이나 개인이 보다 손쉽게 대학에 기부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겠다. 대학에 기부하는 개인과 기업은 더 많은 혜택을 받고, 대학은 장학금을 마련할 수 있는 윈윈 제도를 만들겠다”고 밝힌 것도 의미심장하다. 진보신당은 즉각 “기여입학제를 시도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는 논평을 냈다.

과거 노무현 정부는 3불(不)정책에 따라 기여입학제에 단호히 반대했지만 야당이던 한나라당은 기여입학제 도입에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기여입학제가 현재로서는 시기상조지만, 기여입학 기금을 어려운 학생에게 장학금으로 준다면 고려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2007년 3월 모교인 서강대 특강에서 “3불 정책으로 손발을 꽁꽁 묶어놓고 어떻게 세계와 경쟁을 하라는 것이냐”며 “기여입학제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 초기에도 기여입학제 도입 논의가 나왔지만 여론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다른 의원은 “기여입학제를 도입하더라도 반드시 보완책을 마련해야 여론을 설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부금을 전액 장학금으로 사용하고 정원 외에서 제한적으로 기여입학 학생을 선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준을 마련해 일부 대학에만 허용하는 방안도 있다.

민주당은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이 때문에 정치자금 후원처럼 대학에 10만 원의 소액기부금을 내면 전액 세액 공제를 해주는 방안이 현실적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일부 명문대에만 소액 기부가 몰려 대학 간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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