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계, 당 정체성 내세워 신주류 압박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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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北인권법 처리 방기… 우파 가치 포기”

한나라당 ‘구주류’의 반격이 시작됐다. 한나라당 친이(친이명박)계 의원들이 황우여 원내대표 등 신주류와 소장파들이 이끌고 있는 ‘좌클릭’ 정책 및 쇄신 방향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던지기 시작한 것이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인 차명진 의원은 1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과 북한인권법은 18대 국회가 반드시 국민께 돌려드려야 할 책무인데 대한민국을 비상상황으로 빠뜨리려는 세력이 임무를 방기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민주당뿐 아니라 이 안건들에 소극적인 신주류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차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쇄신이란 우파의 가치를 지키면서 해야지 그것마저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차 의원의 발언은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스탠스와 무관치 않다. 김 지사는 이날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한나라당에) 포퓰리즘이 연탄가스처럼 스며들어 국가와 국민을 오염시켰다. 계파를 청산하고 가치를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 측과 별도로 강승규 조해진 김영우 의원 등 친이(친이명박)계 의원 10여 명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의원회관에 모여 당 쇄신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조 의원은 “지금의 쇄신방향에 대해 흔쾌히 기대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17일에도 친이계 중심 20∼30여 명의 의원들이 국회에서 모일 예정이다. 여기서 정두언 의원을 비롯한 소장파들이 내세운 ‘추가 감세 철회’와 한미 FTA 처리 등 정책적 문제가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황 원내대표와 소장파로 분류되는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은 국회 폭력을 추방하자는 취지의 모임인 ‘국회 바로세우기’에 소속돼 “한미 FTA 비준안을 여야 합의 없이 강행처리하지 않겠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북한인권법보다는 대북지원재개와 같은 대북유화책이 강조됐으며 정부의 감세기조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도 나왔다,

이념과 가치를 둘러싼 범친이계들의 이런 움직임을 시작으로 조만간 ‘우파의 가치’ ‘한나라당의 정체성’을 놓고 신·구주류가 한판 승부를 벌일 것이란 전망이 많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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