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회창, 대표 사퇴 전날 심대평을 찾아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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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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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내 책임… 다시 함께 정치하자”
심대평은 침묵으로 거부했고 昌은 다음날 사퇴 카드를 던졌다

일요일이었던 8일 자유선진당 이회창 전 대표는 급히 대전으로 향했다. “대전에서는 만남이 가능할 것 같다”는 지인의 연락을 받은 직후였다. 황금연휴로 인해 붐비는 고속도로를 뚫고 대전에 도착한 이 전 대표가 마주한 사람은 심대평 국민중심연합 대표. 이 전 대표와 심 대표를 모두 잘 아는 정치권 밖 인사가 어렵게 다리를 놓아 이뤄진 자리였다.

이 전 대표는 심 대표에게 “(심 대표의) 탈당은 전적으로 내 책임”이라며 “(복당해) 다시 함께 정치를 하자”고 말했지만, 심 대표는 묵묵부답이었다고 한다.

심 대표의 싸늘한 반응에 이 전 대표는 혼잣말처럼 “내 마음을 행동으로 보일 수밖에…”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다음 날인 9일 오전 9시 반. 이 전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표직 사퇴를 전격 선언했다. 핵심 측근들에게도 사전에 전혀 귀띔을 하지 않은 것이었다.

이 전 대표의 측근들은 11일 “이 전 대표의 사퇴 선언은 당의 최상층부터 변하지 않으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이지만 심 대표와 다시 함께해야 한다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또한 “이 전 대표는 심 대표가 선진당의 대표를 맡아 선진당을 명실상부하게 충청권을 대표하는 당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 전 대표는 9일 대표직 사퇴 기자회견에서도 “심 대표 탈당 등 분열은 전적으로 내 책임”이라며 2009년 8월 국무총리 기용 문제로 이 대표와 갈등을 빚다 탈당한 심 대표에게 사과했다.

그러나 심 대표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 당장은 이 전 대표와 함께하기가 쉽지 않다. 단순 통합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갖는 정치세력의 결집이 더 중요하다”며 “(새로운 당을) 굳이 작명한다면 ‘국민행복연합’이라고 표현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큰 당이 작은 당을 흡수하는 형태의 이합집산은 바람직하지 않다”고도 했다. 선진당으로 다시 들어가지 않겠다는 거부이자 오히려 자신을 중심으로 신당을 창당해 충청권의 정치세력을 규합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변웅전 대표 주재로 열린 선진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선진당을 해체하고 ‘제3지대’에서 신당을 창당해야 한다는 심 대표의 구상은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박선영 정책위의장은 전날 이 전 대표의 사퇴를 놓고 “한나라당에 뜻이 있다면 그쪽으로 가면 될 일”이라고 거칠게 비판한 이상민 의원을 겨냥해 “절이 싫으면 스님이 산문(山門)을 나서는 것이지, 절을 불사르려 해선 안 된다”고 반격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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