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라 달고 간 대북풍선의 성공확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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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1일 14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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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삐라 살포에 대한 주제로 말 나온 김에 참고로 왜 백령도에 들어가야 하는지, 그리고 풍선 삐라 활동에 대한 간단한 상식 및 제기되는 문제에 대해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추가로 설명 드립니다.

평양이나 황해도 쪽에 삐라를 보내려면 현실적으로 백령도에서 뿌리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이것을 설명하려면 복잡한 기상관련 과학 설명이 따르기 때률문에 설명을 각설합니다. 솔직히 저도 다 이해하기 어렵고 최대한 조심스럽게, 정확하게 쓰려 해도 아래의 설명에 일부 오류가 있을 경우도 있을 수 있음을 감안하고 읽어주십시오.

명백한 것은 백령도에 들어간다 해도 평양에 삐라를 떨구는 것은 ‘아주×아주×아주’ 운이 좋아야 가능한 일입니다. 전 일년에 한번만 떨어져도 좋겠습니다. 황해도 살포도 풍향 타이머 등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져야 비로써 성공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제일 좋기는 위험하긴 하지만, 백령도도 아닌 대련 방향으로 어선을 타고 나가 고기 잡는 척 하다가 슬그머니 뿌리고 돌아오면 아마 평양이 죽어나겠죠.

그런데 그럴 배를 구하기 힘들뿐더러, 더욱 중요하게는 혹시나 북한 잠수정이나 전투기의 공격을 받을 수도 있는 이런 원정 삐라 살포를 할 용기 있는 사람이 있어야겠죠. 물론 국내에선 김정일 타도하라고 소리치는 사람들이 많긴 하지만, 자기 집에서 소리 치는 일은 별로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 아닙니다. 그런 것보다는 이런 목숨까지 각오한 일에 나서는 사람이 진짜 투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분명 그럴 분들도 있을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백령도, 연평도를 제외한 기타 지역에서 뿌리면 성공한 경우라도 일반적으로 산이 많고 민가가 적은 북한 강원도 남쪽 지역에 집중되며, 바람 방향에 대한 세심한 고려 없이 뿌리면 우리 쪽에, 하늘에 올라간 풍선이 한반도 수천m 상공에서 흐르는 시속 수백㎞의 편서풍과 제트기류에 휘말리면 순식간에 일본, 나아가 태평양까지 날아간다고 합니다.

어떤 날 날려보낸 풍선들, 분명 바람을 타고 남쪽 방향으로 날아간 것이 육안으로 보였는데, 정작 남쪽 땅에서도 삐라는 발견되지 않죠. 있다면 간혹 사고가 나서 뭉텅이채로 떨어진 것밖에 안보이죠. 한국땅에서 발견 안됐으니 북한에 갔을까요? 그건 더욱 아니겠죠. 이런 것은 높이 올라가 편서풍이나 제트기류를 타고 동해 쪽으로 날아갔을 확률이 크죠. 대략 30분~1시간 내외면 바다 위에 도달한다고 합니다.

여기서 풍선 날린 뒤 박수치고 김정일 타고하자고 구호 외치는 동안 풍선은 이미 동해로 날아가 바다에 삐라를 쏟아 붓고 있다면, 그것도 개당 최소 수십만 원의 후원금으로 제작된 풍선이, 썩지도 않게 코팅된 종이를 바다에 쏟고 있는 일은 있으면 안되겠죠.

백령도가 좋은 이유는 바람이 딱 맞는 날 올려보내면, 지상 바람을 타고 하늘로 날아올라가는 동안이면 북쪽으로 어느 정도 올라간 상태가 되기 때문에 설사 편서풍 권역에 들어가 터져도 황해도 지역엔 살포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임진각이나 철원 쪽은 수천m 올라가기 전에 터뜨려야 정확히 북한에 도달할 것으로 보이지만, 대신 내륙 깊이는 못가겠죠.

하늘의 기류라는 것이 인간의 뜻으로 전혀 조종할 수 없고, 더구나 수천m 상공은 측정도 하기 힘듭니다. 대충 말씀 드리면 기상청에서 나오는 시간대별 구름사진을 보면 감이 오실 겁니다. 구름이 일본쪽에서 한국을 거쳐 중국쪽으로 가는 것을 봤습니까? 바로 편서풍 때문에 그런 일이 없는 것입니다. 일본 원전 방사성 물질이 지구를 돌아올지언정 절대로 곧바로 한반도 날아오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편서풍 때문입니다.

만약 남쪽에서 북한에 올라가는 편서풍이 있다면 김정일은 벌써 망했을지 모릅니다. 바람이 김정일의 편을 드는 겁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기류는 알 수 없는 것이어서 어떤 때는 구름이 북한으로 올라가 삐라가 함남 남부까지도 날아가 떨어지기도 한답니다. 물론 아주 아주 드문 경우겠죠.

우리가 뿌리는 풍선의 몇 %가 북한에 떨어지고, 몇 %가 동해바다에, 또 몇 %가 태평양에 떨어지는지는 정말 알 수 없습니다. 이것을 알려면 GPS를 달아 살포 위치를 파악해야 합니다. 물론 이 장치를 달면 비용이 100달러 정도 더 든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것도 그냥 GPS 장치를 달아서 보냈다는 그 자체만으로는 아무 의미가 없는 눈속임에 불과합니다. 풍선에 매달아 보낸 GPS 기기에서 보내는 신호를 받을 수 있는 기기가 여기에 따로 있어야 합니다.

보다 더 중요하게는 풍선활동을 하는 단체들이 결과가 안 좋다고 해도 GPS가 보내온 신호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는 거겠죠.

또한 풍선을 하늘 높이 보내는 것보단(편서풍의 먹이가 되기 일쑤이기 때문에) 고도 수백 m로 지상의 바람을 타고 낮게 들어가는 풍선 개발도 필요해 보입니다. 그런 풍선이 가기는 더 멀리 들어갈 것 같습니다.

이제는 “풍선삐라 하늘에 띄웠다. 육안에서 사라졌다. 그러니 북한에 갔음을 믿어라”고 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점점 정확성과 투명성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것이 제 눈에도 보입니다. 비전문가인 제가 이만큼 알 정도면 말이죠. 이 바닥에선 또 누군 이렇고, 누군 저렇고, 이러저런 말도 정말 많이 돌아다니죠.

풍선은 무엇을 넣었느냐에 좌우되긴 하지만, 보통 개당 수십 만 원으로 계산됩니다. 과연 하늘로 날아가는 저 풍선이 정말 북한에 가긴 가느냐, 간다면 어디에, 과연 몇 %나 성공하냐의 의문에 답해줘야만 풍선운동이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풍선과 관련된 글을 쓰기에 앞서 많이 주저했습니다. 워낙 좌우갈등에 휩싸이기 쉬운 주제라 정말 민감한 이야기죠. 많은 사람들이 저보다 구체적으로 말하기 힘든 내막을 훨씬 더 잘 알면서도 쉽게 입을 떼지 못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죠. 김정일을 돕느냐고 돌팔매 심하게 당할 수도 있고, 논란이 커지면 풍선단체들 후원금도 줄어들 수 있고, 결국엔 개인적으로 악감정을 가지는 사람들을 많이 만들 수도 있죠.

성자가 아닌 이상 원수 많이 만들어야 좋은 것 절대 없죠. 더구나 다 아는 사람들끼리 말이죠. ‘옳은 소리를 저토록 싸가지 없이 할까’라는 말을 듣는 유시민 대표처럼 되긴 정말 싫지만, 이것은 언제까지나 두리뭉실 넘길 수는 없는 일이기에 용기를 냈습니다. 저에겐 수만 명 애독자라는 든든한 빽이 있다보니…

이제는 풍선을 하늘로 날려보낸다는 것을 알리는 단계에서 한발 더 나가 이 풍선들을 북한에 양심적으로 정확히 보내기 위해 최선을 다 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납득되게 보여주어야 합니다. 정확성과 투명성, 이제부터는 그게 풍선운동의 핵심같아 보이네요. 물론 아무리 정확하게 하려 해도 안가는 일이 많겠지만 정말 사심없이 헌신하는 모습이 보인다면 사람들이 그 정도는 이해해 주지 않을까요.

지금까지는 풍선 보내기에서 비록 여러 측면에선 많이 부족한 점들이 보이지만 앞으로 발전해나가면 되지 않겠습니까. 열심히 일을 하려 나선 사람들에 대한 격려와 채찍이 필요할 때입니다. 분명한 것은 풍선삐라는 살포 가능 지역이 일반인들의 생각보단 넓지는 않지만, 그나마 북한 주민들을 계몽하는 몇 안 되는 방법의 하나라는 측면에선 우리가 포기하면 안 되는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성하 기자 블로그 http://blog.donga.com/nambuk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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