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여권’ 긴급 릴레이 인터뷰]<1>나경원 前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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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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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 따로 책임 따로는 안돼 대권-당권 분리부터 고쳐야”

《 4·27 재·보선 참패 이후 여권에서는 위기의 근본원인에 대한 백가쟁명식 진단과 처방이 쏟아지고 있다. 동아일보는 이명박 정권 하반기 당정청의 난맥상을 바라보는 여권 주요 정치인들의 시각과 자기반성, 해법을 들어보는 연속 인터뷰를 마련했다. 첫 주자는 나경원 한나라당 최고위원이다. 》
특유의 환한 표정은 여전했지만, 이날따라 얼굴 곳곳에 잘 스며들지 않은 화장 자국은 재·보선 패배에 따른 심신의 피로와 고민을 짐작하게 했다. 박근혜 전 대표가 나서지 않은 이번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의 ‘선거 여왕’은 나경원 최고위원의 몫이었다. 당내에서 박 전 대표를 제외하면 유일하게 지원유세가 ‘약발’을 받는다는 소리를 듣는 그였기 때문이다. 자신의 지역구에서 벌어진 서울 중구청장 재선거는 신승(辛勝)을 거뒀다. 하지만 자신의 주장이 반영돼 강재섭 전 대표가 출전했던 경기 성남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선 패했다.

인터뷰 요청에 대해 “선거 패배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며 고사하던 나 최고위원을 설득해 29일 국회 의사당 카페에서 만났다.

―이번 재·보선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나.

“(긴 한숨을 쉬며) 말로만 변화와 혁신을 외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공천 대란부터 어느 정도 예측된 결과였지만 진짜 패배 원인은 무엇인가.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지금 뒤늦게 말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바둑처럼 복기한다고 뒤집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지도부의 일원으로 이런저런 해명도 구차해질 수 있다. 중요한 건 지금부터다. 제대로 대응 못하면 더 큰 위기를 맞을 것이다.”

―원인을 알아야 변할 것 아닌가.

“굳이 한 개를 꼽으라면, 기형적인 당내 권력구조다. 당 운영 책임은 ‘공식’ 지도부가 지지만, 정작 당 운영의 권한은 다른 사람들이 갖고 있어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책임과 권한이 한 곳에 모여야 제대로 당을 이끌고 당정청 쇄신에도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누가 책임 대신 권한을 갖고 있다는 것인가. 이재오 특임장관을 지칭하나.

“구체적으로 답변하지 않겠다. 다만 책임과 권한이 분산돼 당 지도력이 약화되고 계파별로 당이 사분오열돼 야당에 끌려다니고 시너지를 창출하지 못한 것은 사실 아니냐. 안상수 대표가 잘못한 것도 있겠지만 불쌍한 측면도 있다.”

―지도부의 변명처럼 들리기도 한다. 당의 권력 시스템만 바꾼다고 한나라당의 웰빙 체질을 고칠 수 있나. 결국 사람과 콘텐츠의 문제인데….

“하드웨어를 바꿔야 그 안에 담길 내용도 바꿀 수 있다. 정당으로서 제대로 작동하고 개혁을 논의할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내가 2002년 입당한 이후 한나라당이 이렇게 무기력했던 기억이 없다.”

―당권과 대권을 분리한 당헌당규를 고쳐 박 전 대표가 당의 전면에 조기 등장해야 한다는 주장은 어떻게 보나.

“현재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박 전 대표뿐만 아니라, 정몽준 전 대표, 이재오 장관 등 차기 대선에 관심 있는 분들은 모두 나와 치열하게 경쟁해서 권한과 함께 무한 책임도 지도록 해야 한다. 패한 사람은 자숙하고 협조해야 한다. 그래야 이젠 기억조차 나지 않는 한나라당의 근성과 열정을 다시 끄집어낼 수 있다.”

―지도부를 대체할 비상대책위원회는 누가 이끌어야 하나.

“당 밖의 명망가를 모셔야 한다는 말도 있던데 좀 한가한 소리다. 정치 아마추어들이 이런 위기상황에 대처할 수는 없다. 경륜 있는 당내 중진들이 몸 사리지 말고 나서야 한다.”

―나 최고위원의 향후 행보는 뭔가. 당 대표에 도전하나.

“당 공천개혁특위 위원장으로서 상향식 국민공천안을 마무리하면서 일단은 좀 쉬고 싶다. 당장 주말에라도 재충전을 해야 살 것 같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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