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터널 입구서 다시 만난 김해을 승자와 패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28일 09시 38분


코멘트
경남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의 승자와 패자가 28일 아침 김해와 창원을 잇는 창원터널 입구에서 마주쳤다.

창원터널은 한나라당 김태호 당선자와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가 선거기간 매일같이 김해에서 창원으로 출퇴근하는 주민들에게 인사를 하며 지지를 호소했던 '선거명당'이다.

김 당선자는 당선사례를 위해, 이 후보는 비록 패했지만 자신에 대한 지지에 감사인사를 하기 위해 따로 이 곳을 찾았다가 우연히 마주쳤다.

먼저 도착해 창원방향 입구에서 인사를 하던 김 당선자에 이 후보가 "이 곳은 내가 100일 넘게 지켜온 곳"이라며 "승자의 아량으로 내가 낙선인사를 하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김 당선자는 터널 반대쪽으로 자리를 옮겨 선거기간과 같은 위치에서 두 사람의 인사가 이어졌다.

김 당선자는 이날 오전 6시부터 창원방향 터널 입구에서 선거운동 때 입었던 파란색 점퍼와 운동화 차림에 '1번 김태호' 대신 '감사합니다'라고 적힌 어깨띠를 두른 채 허리를 굽혀 출근길 시민들에게 인사를 했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서민들의 아픔을 가슴 속에 깊이 새겼다"며 "어렵게 다시 기회를 주신 만큼 정말 잘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을 새롭게 했다"고 말했다.

30분 가량 지난 뒤 터널 입구에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가 도착했다.

유 대표는 차에서 내려 김 당선자에게 다가가 악수를 하며 축하인사를 건넸고 김 당선자는 "정말 열심히 하겠다"며 고개 숙여 인사했다.

짧고 머쓱한 인사가 끝난 뒤 두 사람은 터널 입구에서 출근하는 시민들에게 잠깐 인사를 했지만 어색한 상황을 인식한 유 대표가 고개를 돌려 도로 한쪽으로 비켜섰다.

그 순간 이 후보가 양복 차림으로 승용차를 타고 터널 입구에 도착, 유 대표와 먼저 아쉬운 표정으로 손을 잡았고 이어 김 당선자에게 다가가 악수한 뒤 짧은 축하인사를 건넸다.

김 당선자도 고개숙여 감사의 뜻을 전했지만 분위기는 다소 냉랭했다.

이 후보는 김 당선자에게 "이곳은 100일 넘게 내가 지켜왔다.승자의 넓은 아량으로 내가 이곳에서 시민들에게 낙선인사를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실제 김해에서 창원으로 넘어가는 이 터널 입구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이 후보와 유 대표가 붙박이처럼 출근인사를 한 곳이다.

김 당선자는 불편한 상황을 인식한 듯 "그렇게 하겠다"며 터널 출구 쪽으로 자리를 옮겨 인사를 계속했다.

이 후보와 유 대표는 선거운동 때처럼 터널 입구에 나란히 서서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낙선인사를 했다.

유 대표의 손에 든 피켓에는 '미안합니다.고맙습니다'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유 대표는 시민들에게 한말씀 해 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 피켓에 적힌 문구로 대신하고 싶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뜨거웠던 시민들의 성원이 너무나 고맙고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김 당선자는 부디 저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의 뜻도 헤아려 줄 것"을 당부했다.

투표율 41.6%를 기록한 이번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 당선자는 51%, 이 후보는 49%의 지지를 얻었다.

디지털뉴스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