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재보선]‘총리낙마’ 김태호 기사회생… ‘低인지도’ 최문순 대역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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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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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親盧성지’ 김해을서 환호

김태호 경남 김해을 국회의원 당선자가 27일 자신의 선거사무실에서 환호하고 있다. 김해=최재호 기자 choijh92@donga.com
김태호 경남 김해을 국회의원 당선자가 27일 자신의 선거사무실에서 환호하고 있다. 김해=최재호 기자 choijh92@donga.com
지난해 8월 29일 ‘비는 내리고 어머니는 시집가려 한다’는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남기고 국무총리 후보자 자리를 사퇴했던 김태호 전 경남지사가 8개월 만에 정치무대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을에서 야4당 단일후보인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를 꺾었다. 한나라당 후보가 나선 3개 지역의 국회의원·도지사 보궐선거에서 홀로 생환한 김 전 지사는 내년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하면 대선 경쟁에 뛰어들 기세다.

김 당선자는 27일 오후 11시경 캠프에 도착해 지지자들과 포옹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의 목소리는 심하게 잠겨 말소리를 거의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그는 “김해의 진정한 변화와 발전에 모든 것을 던지겠다”며 “김해시민의 꿈이 곧 김태호의 꿈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에서 다시 김해을에 출마하느냐’는 질문에 “당연하다”고 말했다.

김 당선자는 최근 몇 년 동안 ‘롤러코스터’를 탔다. 2009년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았고 지난해 2월엔 도지사 3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난해 8월 총리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화려하게 중앙무대에 데뷔하는 듯했다. 한나라당 일각에선 차기 대선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전 대표의 잠재적 경쟁자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때 이른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총리 후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큰 상처를 입었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을 만난 시점에 대해 “2007년 이전까지 일면식도 없었다”고 말했다가 2006년 10월 함께 골프를 친 사실이 드러나면서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다. 여당 내에서도 ‘김태호 불가론’이 확산됐고 결국 스스로 물러났다.

이후 해인사에서 칩거하며 외부 노출을 피했다. 그리곤 10월 중국으로 떠났다. 당시 그는 트위터에 “가을이 오나 싶더니 벌써 깊어 버렸습니다. 많은 배움의 시간을 갖고 돌아오겠습니다”라고 올렸다. 베이징대에서 6개월가량 머물며 재충전을 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당초 계획과 달리 올해 3월 5일 조기에 귀국했다. 김해공항으로 입국하며 “일이 하고 싶어 미치겠다”는 말로 정치활동 재개에 의지를 보였다. 사실상 본격적인 선거 행보를 펼치며 한나라당 예비후보들을 잠재웠다. 그는 선거 중반 “선거를 많이 해 봐서 잘 아는데, 이번만큼 힘든 적이 없었다. 도무지 틈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그의 선거운동은 한나라당 조직과 철저히 거리를 두는 ‘나 홀로 선거’였다. 당 차원의 지원을 마다하고 혼자 골목을 누볐다. 그는 몸무게가 5∼6kg 빠질 정도로 발품을 팔며 주민들을 만났다. “김해에 뼈를 묻겠다”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는 호소가 먹혀들면서 당초 20%포인트까지 뒤졌던 야권 후보와의 격차를 조금씩 좁혔다. 선거 일주일 전에는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안으로 들어왔고 막판 대역전극을 이끌어냈다.

△경남 거창(49세) △거창농고, 서울대 농업교육과 △거창군수 △경남도지사(재선) △국무총리 후보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김해=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 강원지사 막판 뒤집기 ▼


최문순 강원도지사 당선자가 27일 춘천시 선거사무소에서 활짝 웃고 있다. 춘천=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최문순 강원도지사 당선자가 27일 춘천시 선거사무소에서 활짝 웃고 있다. 춘천=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까맣게 타고 야윈 뺨에서 환한 미소가 번졌다. 27일 오후 10시 10분 강원 춘천시 온의동 선거사무소에서 개표 방송을 지켜보던 민주당 최문순 강원지사 후보는 당선이 확정되자 활짝 웃으며 옆자리를 지킨 이광재 전 지사의 목에 꽃다발을 걸어줬다.

최 당선자는 당선 소감을 통해 “강원도민 자존심의 승리, 이광재의 승리, 민주주의의 승리”라며 “강원도민을 하늘처럼 떠받들겠다”고 말했다. 이 전 지사도 축하 연설을 통해 “우리를 살려줘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최 당선자의 승리는 쉽지 않았다. 강원이 전통적으로 보수 진영의 텃밭인 데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열세를 면치 못했다. MBC 사장 출신 간 대결로 이목을 끌었던 선거전 내내 그는 간판 앵커로 명성을 날렸던 엄기영 한나라당 후보보다 낮은 인지도 탓에 고전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에야 투표율이 예상외로 높게 나타나면서 민주당에선 “뒤집힐 것 같다”는 낙관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한 핵심 당직자는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표심이 전혀 다른 지역이 강원도임이 다시 한 번 입증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6·2 지방선거 때 상황이 되풀이됐다는 얘기였다.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방송 3사의 마지막 공동 여론조사 결과(지난해 5월 27일)는 한나라당 이계진 후보가 민주당 이 전 지사를 11.7%포인트 앞섰다. 그러나 정작 결과는 민주당(54.4%)이 한나라당(45.6%)을 8.8%포인트 차로 누르고 승리했다.

민주당에선 승리 요인을 놓고 “우리가 잘했다기보다는 상대가 자멸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한나라당 엄 후보 측이 강릉의 한 펜션에서 30여 명의 전화홍보원을 동원해 선거운동을 벌인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최 후보가 반사이익을 봤다는 얘기다.

최 당선자는 1984년 MBC에 입사해 보도국 사회부 기동취재반 기자로 일했다. 이때 ‘카메라 출동’ 프로그램에서 탐사보도를 하며 이름을 알렸다. 노조위원장을 하다 해직됐다 복직된 이래 언론노조 활동을 계속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49세로 MBC 사장에 올랐고 18대 총선에서 민주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최 당선자는 지난해 11월 복원된 광화문 현판에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균열이 발생한 사실을 공개하는 등 활발한 의정활동을 벌였다. 그러나 지난해 3월 천안함 폭침사건 직후 각종 인터뷰를 통해 “어뢰 등으로 인한 폭발 증거가 없다. 충돌, 좌초, 침수 절단, 피로 파괴 중 하나다. 개인적으로는 ‘좌초 후 절단’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해 비판을 받았다.

최 당선자의 지인은 “MBC 재직 시절 깊이보다는 일회성 행사에 치중해 ‘이벤트 최’라는 비판을 받았다”며 “도정에 천착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조언했다.

△강원 춘천(55세) △춘천고, 강원대 영문학과 △MBC 사회부 기자, 노조위원장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위원장 △MBC 사장 △18대 의원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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