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 의총… 당대표 호소하는데 의원들은 웹서핑-하이파이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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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수 “우리가 與 맞나… 자해행위 삼가 달라”

“당 대표는 절박한 호소를 하는데 한쪽에선 서로 하이파이브(손바닥을 마주치는 인사)나 하고…. 그야말로 ‘봉숭아 학당’이다.”

8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를 지켜보던 한 당직자의 촌평이다.

이날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자못 비장한 표정으로 의원들 앞에 섰다. 그는 “제가 정치를 15년간 했는데 5년간 여당이었고 10년간 야당을 했다”고 운을 떼며 어금니를 깨물었다. 안 대표는 “우리가 10년간 각고의 노력 끝에 탄생시킨 것이 우리 한나라당의 이명박 정부”라며 “그런데 우리가 만든 정부를 지키고 사랑하고 성공시키려는 의지가 있는지, 요금 야당 의총인지 최고위(원회의)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라고 말했다. 전날 박성효 최고위원이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을 놓고 ‘대통령의 인품’을 거론하고 의원총회에서도 지도부 교체론과 공천 책임론이 잇따른 데 따른 발언이었다.

하지만 안 대표가 10여 분간 마이크를 잡고 말을 이어가는 동안 의원들의 태도는 천태만상이었다. 일부 중진의원은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상당수 초·재선 의원들은 듣는 둥 마는 둥 자기 일을 하거나 옆 자리 의원과 잡담을 이어갔다. 20여 명은 노트북으로 기사검색을 했고, 아이패드를 꺼내 e메일을 확인하는 의원도 있었다. 안 대표가 “우리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자해행위 하는 발언을 삼가고, 비판할 게 있으면 선거 끝나고 당당하게 한번 해 보자. 지금 전투 중인데, 자해성 발언이나 하면 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일 때 한 4선 의원과 초선 의원은 하이파이브를 하기도 했다.

지켜보던 당직자들은 “빨리 조기 전당대회를 하든지 이대로는 아무것도 안 된다” “이게 무슨 의총이냐. 야당 시절엔 이렇지는 않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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