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천안함 공격 어뢰추진체 부착물, 붉은 멍게 아니다” 발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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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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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 제기했던 오마이뉴스 “사실 검증 못했다”

“의혹”→“증거”→“이게 붉은 멍게” 지난달 24일 오마이뉴스가 천안함을 폭침시킨 어뢰 추진체에서 발견된 ‘붉은 멍게’라며 인터넷에 올린 사진(왼쪽). 그러면서 동해에만 서식하는 붉은 멍게가 서해에서 건진 어뢰 추진체에서 발견됐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일각에서 ‘붉은 멍게는 촉수가 없다’는 지적이 일자 오마이뉴스는 다시 “양식업자 A 씨가 제공한 것”이라며 ‘붉은 멍게’ 사진(가운데)을 올렸다. 그러나 6일 동해수산연구소가 공개한 실제 붉은 멍게(오른쪽)는 모양이 달랐다.
“의혹”→“증거”→“이게 붉은 멍게” 지난달 24일 오마이뉴스가 천안함을 폭침시킨 어뢰 추진체에서 발견된 ‘붉은 멍게’라며 인터넷에 올린 사진(왼쪽). 그러면서 동해에만 서식하는 붉은 멍게가 서해에서 건진 어뢰 추진체에서 발견됐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일각에서 ‘붉은 멍게는 촉수가 없다’는 지적이 일자 오마이뉴스는 다시 “양식업자 A 씨가 제공한 것”이라며 ‘붉은 멍게’ 사진(가운데)을 올렸다. 그러나 6일 동해수산연구소가 공개한 실제 붉은 멍게(오른쪽)는 모양이 달랐다.
천안함을 폭침시킨 어뢰 추진체에 붙어있던 물체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붉은 멍게’ 논란이 일단락됐다. 국방부는 6일 농림수산식품부와 국립수산과학원 등에 의뢰해 어뢰 추진체 뒤쪽 스크루 모서리에 붙어있는 지름 0.8mm의 붉은 물체에 대한 성분과 유전자 분석을 벌인 결과 붉은 멍게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국방부 발표 3시간 뒤 의혹을 제기했던 인터넷매체 오마이뉴스는 오보를 인정했다. 그 전말을 재구성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달 24일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전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민주당 추천 민간위원)가 제공한 어뢰 추진체에 붙은 붉은 물체의 사진을 공개한 뒤 “어뢰 추진체에서 동해에서만 사는 붉은 멍게가 발견됐다. 이는 어뢰 추진체가 서해에서 침몰한 천안함과 무관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증거다”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 ‘양식업자 A 씨’의 말을 빌려 “(붉은 멍게가) 유생(幼生) 상태로 헤엄쳐 다니다 갓 고착된 상태로 크기와 상태로 보아 11월경에나 볼 수 있는 모습”이라며 지난해 5월 인양된 어뢰 추진체에 의문을 표시했다. 국방부는 곧 “조사본부를 꾸려 붉은 멍게인지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일부 언론과 누리꾼은 “붉은 멍게에는 긴 촉수가 달려 있지 않다”며 반론을 제기했다. 오마이뉴스는 다음 날 ‘양식업자 A 씨’가 제공한 사진이라며 촉수가 달린 붉은 물체의 사진을 공개한 뒤 “해외 해양생물 관련 웹사이트(www.wetwebmedia.com)에 붉은 멍게의 영어 이름인 ‘Red sea squirt’로 저장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오마이뉴스가 공개한 ‘붉은 멍게’ 사진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사이트를 확인한 결과 이 사진은 한 누리꾼이 산호초에서 발견한 생물체라며 올린 것으로, 이 누리꾼이 사이트 운영자에게 ‘이게 멍게류인가’라고 묻자 사이트 관리자가 ‘멍게류가 아닌 히드라인 것 같다’고 답하는 엉뚱한 내용이 덧붙여져 있다.

‘붉은 멍게’ 사진의 진위를 두고 오마이뉴스와 이를 반박하는 누리꾼들의 공방이 첨예화되는 가운데 뜻밖의 사건이 일어났다. 오마이뉴스의 보도에 사진을 제공했던 양식업자 A 씨가 자신의 주장을 뒤엎는 글을 올린 것이다.

A 씨는 지난달 31일 다른 인터넷매체 서프라이즈에 사과문을 올렸다. ‘붉은 물체를 붉은 멍게라 이야기했던 양식업자’라고 밝힌 그는 “생각 없는 누리꾼의 글이 문제 될 줄이야…. 오마이 기자님 제가 오보를 내게 해서 정중하게 사과합니다. 국방부 및 정부 관계자분께도 사과드립니다”라고 적었다. 그러나 오마이뉴스는 어떤 반응도 내놓지 않았다.

국방부로부터 분석을 의뢰 받은 전문가들은 6일 어뢰 추진체에 붙어있는 물체는 붉은 멍게가 아니며 어떤 DNA도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립수산과학원 산하 동해수산연구소 이주 박사는 “일부 언론이 ‘붉은 멍게’라고 주장한 물체는 붉은 멍게가 아니다”라며 “(오마이뉴스가 공개한 사진과 달리) 붉은 멍게는 촉수 같은 기관이 없고 붉은 멍게의 유생도 올챙이 모양으로 형태가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국립수산과학원 산하 전략양식연구소 생명공학과 강정하 박사는 “어뢰에 부착된 물체의 채취물을 측정한 결과 생물체 종류를 확인할 수 있는 어떤 DNA도 검출되지 않았다”며 “무생물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도 “적외선분광분석기 등을 통해 분석한 결과 탄산칼슘이 주성분인 무기물로, 생물체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오마이뉴스는 이날 오후 “결과적으로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보도로 인해 독자 여러분들께 혼란을 드린 점 정중하게 사과드립니다. 철저하게 사실을 검증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도 뼈저리게 반성합니다”라는 사과문을 올렸다.

하지만 누리꾼의 거센 항의가 이어졌다. 누리꾼은 “양식업자 A 씨가 붉은 멍게의 존재에 대해 ‘공개토론이 열린다면 나서서 증언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면서요?” “전문가 모 씨가 가상의 인물인지, 실제 인물인지 궁금하다”며 취재원이 실존하는지 강한 불신을 나타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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