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군사실무회담 결렬]南 “동족 머리에 포탄 쏴놓고”… 北, 기다렸다는듯 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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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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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태도 오전과 오후 ‘극과 극’

언제 다시 악수할까 남북 군사실무회담 남측 수석대표인 문상균 국방부 북한정책과장(대령·왼쪽)과 북측 수석대표인 이선권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좌(대령급)가 9일 오전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에서 남북 군사실무회담을 시작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북측은 오전까지만 해도 회담에 성의를 보였다. 사진 제공 국방부
언제 다시 악수할까 남북 군사실무회담 남측 수석대표인 문상균 국방부 북한정책과장(대령·왼쪽)과 북측 수석대표인 이선권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좌(대령급)가 9일 오전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에서 남북 군사실무회담을 시작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북측은 오전까지만 해도 회담에 성의를 보였다. 사진 제공 국방부
《 9일 이틀째 남북 군사실무회담에 나선 북측 대표단은 오전과 오후 극과 극의 태도 변화를 보였다. 전날 “밤을 새워서라도 회담을 계속하자”고 요구했던 북측은 오전까지도 고위급 군사회담 성사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북측은 오후 회의가 재개되자마자 갑자기 험악한 표정으로 돌변해 거센 어조로 대남비방을 쏟아낸 뒤 회담장을 박차고 나갔다. 》
이날 오전 10시. 남북 대표단은 전날에 이어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 회의실에서 마주 앉았다. 전날 9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를 통해 이견을 조율해 나갔던 만큼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양측은 차분하게 의견을 교환했다.

다만 회담 시작 직후 북측은 “(이번 회담과 관련해) 남측의 언론 보도가 불쾌하다”고 은근히 불만을 표시했다. 남측 수석대표인 문상균 대령이 “(불쾌한 것이) 어떤 부분이냐”고 물었지만 북측은 세부 내용은 언급하지 않은 채 “그렇게 (기자들에게) 얘기하면 대화에 좋지 않다”고만 말했다. 이후 북한은 더는 이 문제를 확대하지 않으려는 듯 곧바로 회담으로 들어갔고 양측은 고위급 군사회담의 의제와 수석대표의 격에 대한 의견 조율에 나섰다.

양측은 오전 회담에서 의제에 대한 절충점을 찾기 위해 조금씩 양보하는 등 타결에 한발 다가서는 듯했다. 남측은 당초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 및 재발 방지 확약’을 의제로 제시했으나 이를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 대하여’로 수정 제의했다. ‘책임 있는 조치와 재발 방지 확약’을 고수할 경우 북한의 거부로 합의가 힘들 것으로 보고 이를 고위급 회담에서 논의하기로 협상 전략을 수정한 것이다.

이에 북측도 당초 ‘천안호 사건과 연평도 포격전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조선반도의 군사적 긴장상태를 해소할 데 대하여’를 의제로 고집하다 ‘천안호 사건, 연평도 포격전, 쌍방 군부 사이의 상호 도발로 간주될 수 있는 군사적 행동을 중지할 데 대하여’로 변경했다.

같은 시간 통일부도 고위급 군사회담 성사를 위한 측면 지원에 나섰다. 통일부는 북한의 남북 적십자회담 개최 제안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는 내용의 전화통지문을 북측에 보냈다. 고위급 회담 이후 적십자회담 일정을 정하겠다는 조건부였지만 이날 합의를 독려하기 위한 메시지였다.

하지만 더는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채 회담이 제자리를 맴돌자 양측은 일단 정회한 뒤 오후에 회담을 속개하기로 했다. 그러나 오후 2시 20분 회담장에 들어선 북한 대표단의 표정은 확 달라져 있었다. 북측은 회담이 재개되자마자 “천안함 사건은 철저히 우리와 무관한 사건이고 미국의 조종하에 남측의 대북 대결 정책을 합리화하기 위한 특대형 모략극”이라고 비난했다. 또 “(연평도 사태는) 남측이 연평도를 도발의 근원지로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비난 수위를 높였다.

이에 당황한 남측 대표단도 언성을 높여 대응에 나섰다. 남측 대표는 “북한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해 고위급 회담에서 밝히겠다는 입장이 드러났다”며 “동족의 머리에 포탄을 발사해 민간인이 사망하고 막대한 재산 피해를 발생하게 해놓고 도발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남측 대표단의 발언이 끝나기 무섭게 북측 대표단은 “이제 더 이상 대화를 할 수 없다”고 선언한 뒤 서둘러 서류를 챙겨 자리를 박차고 회담장을 빠져나갔다.

문 대령은 회담 후 브리핑에서 “오전만 해도 (북측 대표단의) 분위기가 괜찮았는데, 오후 들어 표정이 돌변해 작심한 듯 대남 비방에 나섰다”며 “북한이 정회 후 상부에서 모종의 지침을 받고서 더 이상 대화가 어렵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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