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TK신공항 사생결단 ‘OK목장의 결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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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대로 3월 말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을 해야 합니다.”(한나라당 유승민 의원)

“선정 시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 공정한 절차가 관건입니다.”( 〃 김정훈 의원)

“아이고 마 고만하입시다(그만합시다).” (유, 김 의원)

한나라당 대구시당 위원장인 유 의원(대구 동을)과 부산시당 위원장인 김 의원(부산 남갑)은 요즘 만나기만 하면 이런 말로 대화를 마친다. 다른 현안에 대해선 친밀하게 논의하다가도 동남권 신공항 얘기만 나오면 서로 동문서답을 하기 때문이다.

동남권 신공항 문제를 둘러싸고 한나라당의 정치적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이 분열하고 있다.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운동’하는 단계를 이미 넘었다. 각 지역 여당 의원들의 과녁은 급기야 청와대로 옮겨지고 있다. 김 의원을 비롯한 일부 부산지역 의원들은 연명을 한 문건을 조만간 이명박 대통령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유 의원을 비롯한 대구지역 의원들은 10일 청와대로 들어가 임태희 대통령실장을 만난다. 엇갈리는 지역 간 이해를 관철하기 위해 청와대까지 압박하고 있는 TK와 PK의 내분 양상을 놓고 정치권에선 ‘OK목장의 결투’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두 지역에는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이 많지만, 같은 친박들 간에도 TK, PK가 갈리고, PK 의원들끼리도 밀양 울산 등 PK 중북부지역 의원들과 부산을 중심으로 한 PK 남부지역 의원들의 의견이 쫙 갈렸다. 김무성 원내대표가 연일 의원들의 자제를 촉구하고 있는 것도 이런 다층적 분열을 우려해서다. 영남 의원들 사이에서도 “너무 나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걱정은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여권의 정치적 기반인 TK, PK가 분열할 경우 정권 재창출이 어려울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당 지도부와 중진들은 PK, TK 지역에서 각각 “이번엔 한나라당에 본때를 보여주자”는 거친 얘기가 나오는 데 대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대구지역 의원들이 8일 긴급히 회동해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시 모두가 함께 승복하고 이의를 제기하지 말자”는 대원칙을 부산 의원들에게 제안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자제론’이 현실화되긴 어려워 보인다. 부산 의원들이 입지 선정의 공정성과 투명성 보장을 선결과제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박민식 의원(부산 북-강서갑)은 “평가기준 자체가 불공정하다면 승복하는 게 무슨 의미인가”라고 말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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