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硏 “北화폐개혁, 상인을 ‘메뚜기’로 만들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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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천 날려 뜨내기 장사 전락… 시장 기능상실”

북한이 2009년 11월 29일 전격적으로 단행한 화폐개혁은 북한 경제 전반에 어두운 그림자를 남겼다. 화폐개혁 이후 장사 밑천을 날린 상인들은 시장에 마련된 판매구역을 포기하고 시장 주변 골목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메뚜기 장사’에 매달리고 있다.

통일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2010 북한경제 종합평가 및 2011년 전망’ 보고서에서 “북한 경제 악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화폐개혁 실패”라며 이같이 밝혔다. 배급체제가 망가진 북한 사회에서 그나마 숨통을 틔워주던 시장 기능마저 망가졌다는 얘기다.

통일연구원은 화폐개혁 이후 북한 경제상황을 지난해 초반, 중반, 하반기로 나눠 각각의 특징을 분석했다.

화폐개혁 직후인 지난해 초 시장의 반응은 인플레이션과 환율 폭등, 시장 위축이었다. 북한 당국이 시장 통제를 강화하면서 상품 유통이 제한되자 물가가 폭등했기 때문이다.

중반에는 시장거래가 잠시 활성화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지난해 말 북한 당국이 다시 시장을 통제하면서 상황이 악화됐다. 특히 11월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시장 상황이 불안정해진 뒤 쌀 가격이 kg당 1300원 수준으로 치솟았다. 일반 근로자 월급이 3000원 안팎임을 고려하면 한 달 벌어 쌀 2∼3kg을 구입하면 빈털터리가 된다는 얘기다.

결론적으로 보고서는 “북한 당국조차 화폐개혁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 주민들에게 사과했을 만큼 화폐개혁은 실패했다”며 “화폐개혁은 상품 공급량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조급하게 시행하면서 실패로 돌아갔다”고 평가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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