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 “개헌은 당론”… 친박의 ‘세종시 당론’ 벤치마킹?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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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을 둘러싼 한나라당 내 논쟁이 지난해 벌어진 세종시 원안-수정안 논쟁을 빼닮았다. 개헌 추진론자들은 “18대 국회에서의 개헌 추진은 당론”이라며 국민과의 약속을 강조하고 있다. 1년 전 세종시 원안 지지론자들이 당론임을 앞세워 수정안에 대한 표결 자체를 거부한 것과 같은 논리다.

다만 ‘당론과 국민과의 약속’을 강조하는 쪽이 세종시 논쟁 당시엔 친박(친박근혜)계였지만 개헌 논쟁에선 친이(친이명박)계로 완전히 바뀌었다. 서로의 주장과 반박 논리를 ‘벤치마킹’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여기에는 당론을 등에 업어야 정치적 명분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개헌 추진에 앞장서고 있는 친이계의 심재철 정책위의장과 권택기 의원 등은 8일 열리는 개헌 의원총회에서 “이번 의총은 개헌에 대한 의견을 모으는 자리가 아니라 17대 국회에서 정한 당론을 재확인하는 자리다”라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다.

실제 17대 국회 때인 2007년 4월 13일 한나라당은 의총을 열어 개헌과 관련해 네 가지 원칙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즉, △18대 국회에서 개헌특위를 구성하고 △대통령 4년 중임제를 비롯해 모든 내용을 논의하며 △다음 대통령 임기 중 개헌을 완료하기 위해 노력하고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이런 내용을 공약으로 제시한다는 것이었다.

이재오 특임장관이 7일 자신의 트위터에 “한번도 당론이 변경된 바 없다”고 쓴 것도 당시 개헌 당론의 유효함을 강조한 것이다. 친이계의 ‘개헌 당론’ 주장은 개헌 시기를 놓쳤다는 당내 회의론자들과 세종시 논쟁 때 신뢰와 원칙을 강조해온 친박계를 동시에 겨냥한 포석이다.

더욱이 개헌 당론이 의원 만장일치로 채택됐다는 점에서 세종시 원안이 한나라당 의원 120명 중 46명의 찬성으로 당론이 된 것에 비하면 구속력도 훨씬 강하다는 점을 은근히 내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당론이 지금도 유효한지는 또 하나의 논쟁거리다. 개헌 당론 채택 당시 원내대표였던 김형오 전 국회의장조차 본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당론이 지금도 유효한지는 좀 더 생각해봐야겠다”고 말했다. 친이계가 세종시 논쟁 때 “17대 국회와 18대 국회는 사람이 다르다. 상황이 바뀌었다면 당론도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이번에는 17대 국회의 개헌 당론이 유효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근혜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이를 근거로 “세종시 원안은 이미 법으로 만들어져 있어 당론 수준을 뛰어넘는 것이었다”며 “세종시 때의 신뢰 문제와 개헌 논쟁은 전혀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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