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수도권 R&D센터 설립 지원” 발언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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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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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우수인력 확보 디딤돌”… 與일각 “지역균형 발전 걸림돌”

이명박 대통령이 24일 “기업의 연구개발(R&D)센터를 서울 등 수도권에 세울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한 말을 두고 기업과 정치권이 모두 술렁이고 있다.

기업들은 드러내놓고 말하지 못한 숙원사업이 진전을 거둘지 잔뜩 기대하고 있는 반면 지방에 연고를 둔 정치인들은 지역균형발전을 내세워 반발하고 있다.

○ 기업 R&D센터, 도대체 어떻기에


현재 수도권에 기업 R&D센터의 설립을 막는 법적 규제는 없다. 실제로 기업 R&D센터의 분포 현황을 보면 연구비와 연구인력 모두 71.3%가 서울과 경기, 인천에 몰려 있다. 그런데도 왜 기업들은 “서울이나 수도권에 R&D센터를 둘 수 없어 인재를 모으기 어렵다”고 아우성일까.

답은 현실적인 걸림돌 때문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수도권의 쓸 만한 땅은 이미 용도가 정해져 있어 연구시설이 들어설 곳이 거의 없다. 설령 땅이 있다 해도 도시계획, 건축위원회 심의, 교통영향평가, 환경심의평가 등 각종 절차를 거치려면 인허가에만 몇 년이 걸리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R&D센터를 세우고 싶어 하는 지역이 주로 서울, 의정부, 수원, 성남, 인천 등 특정 지역에 몰리는 것도 문제다. 그렇지 않으면 서울 상위권 대학 출신 인재가 오지 않는다는 게 기업들의 설명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우수한 인재들은 서울 한복판에서도 얼마든지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있는데 누가 지방으로 가겠느냐”고 반문하며 “경기도만 해도 우수한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기도 요지에 연구소를 둔 모 대기업은 박사급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서울에 별도 사무실을 둘 정도다.

이 때문에 수치상으로는 수도권에 연구소와 연구원이 밀집한 듯 보일지 몰라도 기업에 꼭 필요한 인재는 찾기 힘들다는 불만이 나오는 것이다.

○ 어떤 지원이 가능한가

기업들이 R&D센터 용지로 탐내는 곳은 대부분 수도권정비계획법 시행령에서 과밀억제권역으로 분류된 곳이다. 과밀억제권역에서는 취득세를 중과세하고, 건폐율과 용적률 등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땅과 건물을 구하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정부가 R&D센터에 한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완화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기업들이 보유한 땅 가운데 그린벨트로 묶인 곳을 풀어주길 바라고 있다. 건폐율과 용적률 제한을 완화해 센터 건물을 높게, 효율적으로 지을 수 있게 해달라는 목소리도 크다. 수도권에서는 입지 용도에 따라 건폐율(대지면적 대비 건물바닥면적 비율)은 50∼80%,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물 총면적 비율)은 50∼1500%로 제한돼 있다.

산업단지의 경우 R&D센터 이외의 영업부서를 두면 규정 위반으로 과태료를 물어야 하는 점도 개선 요구 대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R&D를 통해 시제품을 생산하고 영업적 측면에서 테스트를 하려면 R&D센터에 여러 시설이 필요하다”며 “용도지정을 할 때 70∼80% 정도만 R&D로 한정하고 나머지는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 술렁이는 정치권…제2의 과학비즈니스벨트 되나

기업 R&D센터가 지역 이익과 직결된 문제이다 보니 정치권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자칫 이 문제가 ‘제2의 과학비즈니스벨트’로 지역 간 다툼의 불씨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당장 한나라당에서 비(非)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여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김성조 의원(경북 구미갑)은 “대통령이 공정사회를 외치면서 어떻게 수도권 지역 동반성장의 가치는 구현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면서 청와대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지역 균형발전 문제를 놓고 (청와대와 의견이 달라) 당직(정책위의장)을 버릴 각오로 노력했다”면서 “또다시 규제를 풀면 지방은 어떻게 살아남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 서상기 의원(대구 북을)은 “지방에 R&D특구를 설치하는 등 지역 균형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충청권의 한 의원은 “청와대와 정부가 지역 균형발전에 너무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면서 “지방은 죽으라는 얘기냐”고 날을 세웠다.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청와대 경제수석실의 핵심 참모는 “대통령이 총수와의 간담회에서 ‘단지’라는 용어를 사용한 적이 없다. 정부 차원에서 R&D단지를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라 각 기업이 서울이나 수도권에 R&D센터를 자체적으로 건립할 경우 이를 행정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식경제부도 “R&D센터 문제가 전경련 건의 내용에 포함돼 있어서 대통령께서 원론적인 수준에서 얘기하신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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