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사격훈련 단행]“두고온 가족들은…” 가슴 졸인 김포 피란 주민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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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집 걱정에 발 동동… “심장 떨려 뉴스도 못보겠다”
다른 서해5도 주민 일부 軍 대피령 잘 안 따르기도

연평도에 사랑하는 가족과 터전을 두고 온 피란민들은 우리 군의 사격훈련 소식을 듣고 폐허가 된 고향을 떠올렸다. 20일 오후 2시 반경 경기 김포시 양곡지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로 거처를 잠시 옮긴 연평도 피란민들은 사격훈련이 시작됐다는 소식에 술렁였다. 트럭으로 배달돼 온 쌀과 물 등을 배급받으려고 아파트 정문 옆 사무실에 모인 70여 명의 피란민들은 “훈련이 시작됐느냐”, “북한이 가만히 있을까” 하며 웅성거렸다.

해병대 군무원인 남편이 연평도에 남아 있다는 조승애 씨(47·여)는 어젯밤 남편과의 마지막 통화 내용이 머릿속을 맴돈다. “몸조심하고 애 잘 보라며 오히려 제 걱정을 했어요. 오늘 북한의 도발이 없어야 하는데….” 울먹이던 조 씨는 “심장이 떨려 뉴스도 보지 못하겠다”며 “학교에 간 초등학교 6학년 딸도 불안한지 계속 전화를 걸어 ‘사격훈련 시작됐냐’고 묻고 있다”고 전했다. 조 씨는 “2002년 연평해전 때도 남편 곁을 지켰는데 이번에 포격으로 집이 완파돼 육지에서 옷가지라도 챙겨 돌아가려고 했던 게 이렇게 됐다”며 초조해했다. 지난달 북한의 포격 도발 이후 한 달 가까이 남편을 보지 못했다는 40대 주부는 발전소에서 일하는 남편을 걱정했다. “오전 11시 이후 통화가 되지 않는다”며 계속해서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렸다.

어민 차재근 씨(51)는 “연평도에서 한평생 배를 탔지만 두 번 다시는 들어가고 싶지 않다”며 “포탄이 쏟아지고 담벼락이 우수수 무너지던 전쟁터에 어떻게 다시 들어갈 수 있겠느냐”며 가슴을 쳤다. 고향 걱정이 되지만 “그래도 잘했다”며 사격훈련을 옹호하는 주민도 적지 않았다. 문성운 씨(58)는 “잘한 것이다. 이번에 사격 안 했으면 다음에 북한에서 또 도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백령도와 대청도, 소청도 등 다른 서해 5도 주민들도 주민대피령에 따라 가까운 대피소로 서둘러 대피했다. 등교 중이거나 수업 중이던 초중고교 학생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함께 대피하거나 교내 대피소로 이동했다. 하지만 일부 섬 주민들은 군의 통제에 잘 따르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옹진군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현재 백령도에서는 대피소 16곳에 주민 1200여 명이 대피했는데, 이는 전체 주민(5041명)의 약 24%에 그치는 수치. 대청도와 소청도도 주민 959명 중 590명(약 61%)만 대피했다. 옹진군 관계자는 “군과 함께 주민들의 대피를 독려했지만 백령도와 대청도에서는 집에서 나오지 않는 주민이 의외로 많았다”고 전했다.

김포=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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