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예산안 본회의 통과]재연된 ‘난장판 국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9일 03시 00분


野 봉쇄 → 질서유지권 → 與진입 난투극 → 개의 5분만에 표결

내년도 예산안이 8일 여야의 격렬한 몸싸움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전날 저녁부터 예산안 단독 처리를 추진한 한나라당은 이날 야당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예산안을 처리한 뒤 곧바로 본회의를 열어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서 국회 곳곳에선 여야 의원과 보좌진 등이 뒤엉키는 육탄전이 벌어졌다.

○ 예결특위 예산안 사실상 한나라당 단독 통과

8일 오전 10시 46분 국회 사무처는 예결특위 전체회의를 예결특위 회의장이 아닌 245호실에서 연다는 안내방송을 내보냈다. 오전 11시 한나라당 소속인 이주영 예결특위 위원장은 회의 개최를 선언한 뒤 5분 만에 예산안 전체를 통과시켰다. 회의장엔 한나라당 소속 예결특위 위원 29명 전원과 미래희망연대 소속 예결특위 위원인 노철래 대표만 앉아 있었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2시경 기획재정부 김동연 예산실장 등 정부 관계자들이 245호실에 들어가 한나라당 측과 예산 계수 조정 작업을 마무리했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물밑으로 한나라당과 지역 예산 반영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나왔지만 민주당 전현희 원내대변인은 “그런 사실 없다”고 일축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예결특위 전체회의를 연다는 휴대전화 메시지를 받고 우리당 예결위원들이 미처 회의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한나라당이 예산안을 처리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 본회의장 앞 주먹다짐 ‘폭력 사태’

이날 오후 1시 40분경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 원희룡 사무총장 등이 모습을 나타냈다. 잠시 후 본회의장 정면 출입구가 안쪽에서 열렸다. 출입구 안쪽에 이미 들어가 있던 한나라당 의원들이 미처 들어오지 못한 의원들에게 통로를 확보해 주려고 했던 것.

민주당 당직자 및 보좌진이 본회의장 출입문을 닫기 위해 한나라당 당직자들과 거친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홍 최고위원과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 등의 셔츠 단추가 뜯겨 나가고 양복이 찢어지기도 했다. 출입구 밖에 자리를 깔고 앉아 있던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김영춘 이인영 최고위원, 차영 대변인은 계속 자리를 지켰다.

한나라당 김성회,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주먹다짐까지 벌였다. 민주당 전현희 원내대변인은 “김 의원이 강 의원의 오른쪽 얼굴을 주먹으로 강타해 강 의원의 입에서 피가 흘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배은희 대변인은 “민주당 강 의원과 보좌진에게 김 의원이 양손이 잡힌 상태에서 5, 6차례 얼굴 등을 맞았다”고 반박했다.

또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와 박선영 의원이 본회의장에 들어가려고 하자 민주당의 한 당직자가 “한나라당 2중대는 물러가라”고 외쳤다. 이 대표는 “누가 2중대라고 그래”라며 호통을 쳤고, 박 의원은 “당신들은 민주노동당 2중대잖아”라고 가세했다. 이에 민노당 당직자들이 “와” 하며 함성을 질렀다.

오후 2시 20분경 회의장에 들어간 한나라당 의원 수가 본회의 개최 및 예산안 통과에 필요한 정족수인 150명을 넘어섰다는 소식이 회의장 밖으로 전해지면서 몸싸움은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 본회의장 일부 의원 욕설 발길질

이날 오후 1시 40분경 박희태 국회의장은 질서유지권을 발동했다. 박 의장은 본회의장 진입이 여의치 않자 오후 2시경 이미 본회의장에 들어가 있던 한나라당 소속 정의화 국회 부의장에게 전화를 걸어 본회의 사회권을 넘겼다.

오후 4시경 한나라당 의원들이 의장석을 점거한 야당 의원들을 한 명씩 들어 의석으로 옮겼다. 이 과정에서 일부 여야 의원은 상대방에게 욕설을 내뱉고 발길질을 했으며, 민노당 이정희 대표는 울부짖다 쓰러져 국회 의료진에 의해 들것에 실려 나갔다.

오후 4시 반경 정 부의장은 국회 경위들의 경호를 받으며 의장석에 앉았다. 정 부의장은 20분간 야당 의원들을 향해 “진정하라”며 설득했으나, 야당 의원들은 의장석 앞에서 ‘예산안 날치기 반대’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내려오라”며 소리를 질렀다. 정 부의장은 오후 4시 41분 개의를 선언했고, 5분 뒤 예산안을 직권상정해 표결에 부쳤다.

예산안 처리 후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정기국회 회기 중 예산안을 처리한다는 원칙을 관철시켰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오만한 정권 권력은 반드시 실패한다”며 “겸손하지 못하고 저런 짓만 골라서 하는데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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