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 美핵과학자 “北, 영변에 실험용 경수로 건설중”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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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보상 노려 나무 많이 심는 격?

북한이 영변 핵시설에 실험용 경수로 1기를 건설하고 있다고 일본의 교도통신이 13일 미국의 핵과학자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헤커 박사는 이날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기자들을 만나 “최근 북한을 방문해 발전용량 25∼30MW의 경수로 건설 사실을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이제 막 경수로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완성에는 몇 년이 걸릴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미국의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9월 말 위성사진을 근거로 ‘영변 핵시설에서 새로운 공사가 벌어지고 있다’고 공개했다. 또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영변 핵시설 복구 및 시설 유지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제2원자로 지역의 건물 신축 공사와 대규모 굴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자체적으로 경수로를 건설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4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를 비난하는 의장성명을 낸 직후 북한은 영변 핵시설의 불능화 조치를 원상 복구하고 자체적인 경수로 건설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2차 핵실험 이후 6월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 결의가 통과되자 북한은 “자체의 경수로 건설이 결정된 데 따라 우라늄농축 기술 개발이 시험 단계에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북한이 실제로 경수로를 건설 중인지는 사실 확인이 우선 필요하다면서도 북한이 핵 포기 대신 오히려 핵개발 능력을 높이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4일 “북한이 자신들의 핵 능력을 과시하는 방식으로 우리의 관심을 유도하려고 한다면 바람직한 움직임이 아니다”며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이 있다면 이런 방식은 아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북한이 헤커 박사를 통해 경수로 건설을 외부에 전한 것은 대미, 대남 압박용 카드라고 분석했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경수로 건설을 언급한 것은 대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카드이자 실질적으로 핵개발 능력을 높이기 위한 의도도 포함돼 있다”고 분석했다.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북한이 평화적 핵 이용 권리를 주장하면서 좀 더 많은 보상을 받아내려 할 것이고 경수로 건설 주장은 이를 위한 예비적 조치”라며 “토지 보상을 많이 받기 위해 땅에 일부러 나무를 심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풀이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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