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압수수색’ 회오리]입법로비 실체 드러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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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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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성원 힘입어 성과” 의원측 e메일 ‘사전교감’ 정황

대기업에 이어 정치권에까지 ‘사정의 칼’을 겨눈 검찰은 바람 잘 날이 없고 사상 초유의 국회의원 사무실 동시다발 압수수색을 당한 정치권의 앞길은 ‘오리무중(五里霧中)’이 됐다. 7일 오후 청목회 입법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북부지검 앞에 내걸린 검찰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다 나뭇가지에 걸려 있다. 이날 국회 주변은 하루 종일 짙은 안개에 휩싸였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변영욱 기자 ut@donga.com
대기업에 이어 정치권에까지 ‘사정의 칼’을 겨눈 검찰은 바람 잘 날이 없고 사상 초유의 국회의원 사무실 동시다발 압수수색을 당한 정치권의 앞길은 ‘오리무중(五里霧中)’이 됐다. 7일 오후 청목회 입법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북부지검 앞에 내걸린 검찰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다 나뭇가지에 걸려 있다. 이날 국회 주변은 하루 종일 짙은 안개에 휩싸였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변영욱 기자 ut@donga.com
검찰이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가 국회의원 후원회 측에 “단체 차원에서 후원금을 보냈다”고 미리 알린 정황을 포착함에 따라 이번 수사가 불법 정치자금에서 뇌물사건으로 발전할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북부지검 형사6부(부장 김태철)는 청목회 회장 최모 씨(56·구속)와 사무국장 양모 씨 등으로부터 이 같은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해준 것도 최 씨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후원금 사전 고지 진술을 받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밝혔다.

검찰은 청목회 회원들이 후원금을 전달하면서 현금봉투와 후원자 명부를 함께 건넨 점도 의원실이 대가성 있는 후원금임을 알고 있었음을 입증하는 유력한 증거로 보고 있다.

○ 의원들 ‘입법 로비’ 사전에 알았나


검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한 이후 청목회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의원들은 모두 “개인 명의로 들어온 돈이라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청목회 집행부의 진술로 미루어볼 때 후원금 접수 사실을 미리 알았을 개연성이 있다. 검찰의 전격 압수수색도 이런 이유 때문이란 분석이다. 돈을 건넨 청목회 쪽에서는 ‘입법 로비’ 차원의 후원금이란 진술은 받아냈지만 의원실 쪽은 “로비를 위해 받은 것도 아니고 후원금을 받은 사실도 몰랐다”고 부인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검찰이 압수한 회계 관련 자료를 토대로 후원금 수수 시점과 방법 등을 추궁해야 대가성 여부를 입증할 수 있다고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압수한 증거품 분석을 통해 청목회가 회원, 지인들의 명의 외에도 있지도 않은 가짜 이름을 써가며 의원 후원계좌에 입금한 사실을 확인하고 정확한 후원금 액수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의원들이 사전에 후원금을 받은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정치자금법 위반뿐 아니라 법안 통과를 약속한 대가로 돈을 받은 것이어서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의원실, 후원금 받은 사실 밝혀

한나라당 권경석 의원실은 7일 가명으로 후원금을 받은 사실을 공개했다. 권 의원실은 “지난해 11월 12일과 18일 2차례에 걸쳐 청원경찰이 100명의 가명으로 10만 원씩 후원금을 입금한 사실을 확인하고, 11월 20일 회계직원이 권 의원에게 보고했다”며 “권 의원은 ‘즉시 반환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청목회 로비의혹 사건을 계기로 지역구 사무국장이 후원금 입금 및 반환 통장의 명단을 일일이 대조한 결과 반환이 누락된 것을 발견하고, 최근 이틀에 걸쳐 입금자 계좌번호를 입수해 반환 조치했다”고 덧붙였다. 최근까지 돌려주지 않다가 문제가 터지자 서둘러 반환했다는 의혹을 살 만한 대목이다. 권 의원실은 “지난해 12월 3일 회계 직원이 반환 사실을 선관위에 보고하고 연말경 퇴직했는데, 후임자에게 청원경찰 후원금 반환건을 인계하지 않아 생긴 일”이라고 해명했다.

○ 의원실서 먼저 후원금 요구?

의원이 먼저 후원금을 요구하는 등 사전에 의원실과 청목회 간에 교감이 오갔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청목회 회장 최 씨가 지난해 9월 “밥상에 어떤 음식을 차려놔야 하는지, 밥상에 초대해야 할 분들께서 어떤 음식을 원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인터넷 카페에 올린 글과 법안을 발의한 의원실 보좌관이 같은 해 12월 “여러분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짧은 기간에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청목회 측에 보낸 e메일 등에 주목하고 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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