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민주당 정신차리게 광주 여론 그대로 전해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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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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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정신 못 차리면 다음 총선에서는 더 참담한 꼴을 당하게 될 겁니다.”

“적어도 ‘공천 헌금’이란 말은 사라질 테니 오히려 잘된 일 아닌가요?”

28일 광주에서는 만나는 사람들마다 10·27 서구청장 재선거에서 호남이 텃밭인 민주당이 ‘굴욕의 3위’를 차지한 사실을 놓고 열띤 대화가 이어졌다. 민주당에 30년 이상 몸담았다는 한 원로는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와 “민주당이 정신 차리도록 광주 여론을 있는 그대로 전국에 전달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사실 이번 서구청장 재선에서 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점친 광주시민은 거의 없었다. 이런 정서는 7·28 광주 남구 국회의원 보선에서도 민주당 후보(득표율 55.9%)가 ‘비(非)민주 야4당 단일후보’ 깃발을 건 민주노동당 후보(44.1%)에게 그동안의 지역정서로 볼 때 간신히 이겼을 때부터 예견됐다. 더 충격적인 것은 민주당이 내심 아슬아슬하게라도 2위 정도 하지 않겠느냐고 기대했을지 모르지만 후보 4명 중 3위를 기록했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의 득표율은 24.03%. 이 후보가 얻은 1만4235표는 서구 지역 전체 민주당 당원 수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 지역 정치권의 평가다.

한 민주당원은 “어떤 분들은 ‘광주가 민주당의 텃밭’이란 말에 삿대질을 하며 달려든다”며 “경고음은 벌써 울렸는데도 민주당 사람들만 애써 눈 가리고 귀 막고 있었던 형국”이라고 자탄했다. 그의 말대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빈자리를 메울 인물이 없는 마당에 이런 사태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최근 두 차례 여론조사에서 대선후보군 가운데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20% 가까운 지지도로 호남권에서 1위를 차지한 것도 이런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박주선 최고위원(광주 동)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자만과 타성에 젖어 변화를 제대로 하지 못해 굉장히 안타깝다”며 “공천을 좀 더 잘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은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광주에서는 더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인물난도 문제지만 ‘오만과 탐욕, 독선의 집합체’로만 비친다는 것이 호남 민주당의 한계”라며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을 표방하면서도 ‘4대강 사업 반대’에만 매달리다 농산물 가격 폭등이나 사교육 문제 등 시민이 정말로 걱정하는 문제에는 이렇다 할 정책대안을 내놓지 못해 외면당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광주에서

김 권 사회부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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