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순차적 권력승계 전망… 전문가들이 보는 ‘김정일 은퇴플랜’

동아일보 입력 2010-09-21 03:00수정 2010-09-21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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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군권 → 곳간 열쇠 → 핵가방順 승계
9월 상순으로 예정됐던 북한 노동당 대표자회가 연기되면서 ‘권력승계 구도에 차질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오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3남인 김정은에게 권력을 넘길 것이라는 큰 흐름에는 변함이 없는 듯하다.

다만 김 위원장이 김정은에게 권력을 한꺼번에 넘겨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의 나이나 경력으로 볼 때 단기간에 권력이 집중되면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김 위원장이 히든카드 없이 권력을 모두 내줬다가는 자칫 편안한 노후를 보내지 못할 수도 있다. 김 위원장에게 ‘은퇴플랜’이 필요한 이유다.

전문가들은 우선 김 위원장이 당권(黨權)과 군권(軍權)부터 김정은에게 넘겨준 뒤 경제권력을 승계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핵 통제권만큼은 김 위원장이 끝까지 쥐고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 정치권력 먼저 넘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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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권력승계의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노동당과 군부에서 자리를 잡는 것이 최우선 순위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김 위원장이 ‘선군(先軍)정치’를 표방하며 군을 중시한 것에 비해 김정은은 노동당을 중심으로 정치권력을 손에 넣을 것으로 보인다. 원로가 다수 포진한 군부보다는 당을 장악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는 이유에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이 지난해부터 당의 인사와 조직을 담당하는 조직부장 역할을 대행하고 있고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보위부에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당 대표자회가 열리면 당권을 거의 모두 넘겨받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명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개발협력센터 소장도 “당 인사권의 상당 부분은 이미 김정은에게 넘어갔기 때문에 당권을 넘기는 첫 단계는 지났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김정은이 군권의 상징인 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 취임하게 될 시기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엇갈린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김 위원장이 군 최고사령관에 오른 날인 12월 24일 또는 내년 인민군 창건기념일(4월 25일)을 전후해 김정은에게 최고사령관직을 물려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정성장 위원은 북한이 ‘강성대국의 원년’이라고 선포한 2012년에 김정은이 군권을 넘겨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 경제권력 승계의 핵심은 통치자금

김정은이 북한의 경제정책에 전면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낮다. 조명철 소장은 “경제를 비롯한 행정에 직접 나서면 책임이 따르기 때문에 김정은이 인사권으로 행정을 통제하고 일선에는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북한 경제의 핵심인 ‘수령경제’(당과 군을 통해 운영하는 통치자금)를 어떻게 넘겨줄 것인가 하는 것이다. 탈북자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김일성 주석의 권력이 총구로부터 나온 것과 달리 김 위원장의 권력은 돈으로부터 나왔다”며 “스위스 비밀계좌에 예치돼 있는 김 위원장의 돈이 김정은의 수중으로 넘어가기 시작했다는데 이는 진짜 권력승계가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론 천안함 사태 이후 대북 제재가 강화되면서 경제권력 이양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추가 대북 제재 대상에 김 위원장 비자금 운영 전담부서인 노동당 39호실이 포함된 데다 김정은의 통치자금 조성을 위한 창구로 알려진 외자유치 전담기관인 국가개발은행에 대한 서방의 감시 수위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수령경제 전문가인 정광민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김일성-김정일로부터 내려오는 돈줄이 수령경제의 핵심인데 천안함 사태 이후 대북 제재가 강화되면서 후계체제 구축이 굉장한 벽에 부닥쳤다”고 분석했다.

○ 마지막 보루는 핵 통제권

전문가들은 핵 통제권과 국방위원장 자리는 김 위원장이 끝까지 김정은에게 넘겨주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국방위원장은 북한의 최고지도자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고 핵 통제권은 실질적으로 김정은과 당·군을 통제할 수 있는 ‘히든카드’라는 것이다.

안찬일 소장은 “핵무기 프로그램이 담긴 블랙백(black bag)을 넘겨주는 것이 북한 권력승계의 끝이 될 것”이라며 “김 위원장은 김일성 주석이 히든카드 없이 주석궁으로 밀려나 서러운 말년을 보냈다는 것을 잘 알기에 핵 개발을 서둘러 블랙백을 휴대하고 일선에서 물러나고자 고심해 왔다”고 말했다.

정성장 위원은 “핵은 북한 정권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고 군부의 이해관계가 달려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잘못 다루면 내부에 엄청난 혼란이 올 것”이라며 “김정은이 핵 문제를 능수능란하게 다루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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