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대 학군단’ 숙명여대 선정… 경쟁 치열했던 40여일

동아일보 입력 2010-09-15 03:00수정 2010-09-15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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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생 남편 인맥까지 동원 ‘격전’
전국의 4년제 여자대학 7곳이 모두 40여 일간 ‘한국 첫 여대 학군단(ROTC)’ 유치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14일 7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숙명여대가 최종 선발되기까지 각 대학은 가능한 인맥을 총동원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나 약대 유치를 방불케 하는 일전을 치렀다.

국방부는 올해 하반기 여성 학군사관후보생을 60명 선발하고 이를 위해 여대 1곳에 ROTC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지난달 2일 발표했다. 이에 여대들은 곧바로 유치 준비에 들어갔고 지난달 30일 동덕여대를 마지막으로 전국 7개 4년제 여대가 모두 ROTC 설치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유치전은 본격화됐다.

유치 경쟁에는 소속 교수와 직원뿐 아니라 졸업생들도 함께 뛰었다. 졸업생이 여성인 탓에 이들의 남편 인맥이 주로 활용됐다. 남편이 군 장성이거나 군 관련자인 졸업생들이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한다. 한 여대는 총장이 ROTC 출신이라는 점을 부각하면서 ROTC와의 인연을 강조했다.

경쟁 대학에 대한 비방전도 가열됐다. 군과 정부 수뇌부의 부인들이 A여대 출신인 점을 두고 대학가에서는 ‘보나마나 A여대가 되는 것 아니냐. 다른 여대는 들러리 아니겠느냐’는 의혹마저 제기됐다. 일부 여대 측에서는 많은 육군사관학교 출신 군 간부들이 A여대 출신 여성들과 결혼한 점을 들어 ‘A여대가 선발될 경우 한국군은 육사와 A여대가 독식하게 된다’며 A여대가 선정될 것을 경계하는 논리를 퍼뜨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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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ROTC를 유치하더라도 대학이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것은 한 푼도 없다. 오히려 자체 예산으로 연병장을 만들고 샤워실 체력단련실 등을 갖춘 건물도 지어야 한다. 후보생을 위한 전용 장학금을 마련하고 예비역 장교 출신의 교수 1, 2명과 행정요원 3명을 채용해야 한다. 안보론 북한학 무기체계론 등 여대에 생소한 커리큘럼도 운영해야 한다.

그럼에도 여대들이 ROTC를 유치하려는 이유는 ROTC 설치가 대학의 위상을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군에 졸업생을 대거 진출시켜 한국 여군의 주류로 성장할 경우 그 여대의 위상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육사에서 한 해 배출하는 여군 장교가 20여 명임을 감안할 때 여군 장교 30여 명을 매년 배출할 수 있는 ROTC를 유치할 경우 육사 같은 학교를 하나 더 얻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여성들도 대학 졸업 후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여대의 ROTC 설치는 대학의 취업률 제고라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여성 학군사관후보생이 선발되면 한국 여군의 권력지형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여군 장교가 되려면 사관학교를 졸업하거나 대학 졸업 후 여군사관을 지원하는 길밖에 없었다. 특히 여성 장군은 간호장교 출신이 전부였다. 군 관계자는 “여성 학군사관후보생이 배출되면 선의의 경쟁을 통해 한국 여군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며 “특히 우수 인력이 군에 유입되면서 더 많은 여성 장군이 배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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