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딸 특채 파문 확산]‘쑥대밭 외교부’ 리더십의 위기까지

김영식기자 , 이명건기자 입력 2010-09-11 03:00수정 2015-05-21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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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혜에 등돌린 직원들, 차관 악수조차 외면
신각수 외교통상부 1차관이 10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업무 보고를 하기에 앞서 의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딸의 특채 파문으로 외교부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됐다. 유 전 장관을 비롯한 전직 장관 3명이 국정감사 증인으로 국회에 불려나갈 처지가 됐고 장관 직무대행인 신각수 1차관의 인사권마저 박탈되면서 리더십의 위기를 맞고 있다.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물론이고 이달 하순 유엔총회 준비도 뒷전으로 밀려났다. 외교부는 내부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8일 비상 직원조회를 여는 등 분위기 전환을 꾀했지만 지도부를 불신하는 직원들의 반발도 심상찮아 보인다. 일부 직원은 비상 직원조회가 끝난 뒤 신 차관이 악수를 청하며 내민 손길을 외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특채 파문이 10월 초 국감에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

○ 전직 외교부 장관 3명 국감 증인 채택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는 10일 외교부 특채 파문의 당사자인 유 전 장관 외에 유종하 홍순영 전 외교부 장관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다. 외통위 민주당 간사인 김동철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유종하 홍순영 전 장관은 아들의 외무고시 합격 과정에 석연치 않은 점이 있어 증인으로 채택됐다”고 말했다.

유종하 전 장관에 대해서는 아들을 외교관으로 만들기 위해 ‘외무고시 2부 시험’을 만들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외교부가 1997∼2003년 실시한 외무고시 2부 시험은 외국에서 정규교육 과정을 6년간 이수한 사람으로 응시자격을 제한해 외교관과 상사주재원 자녀를 위한 시험이라는 논란을 낳았다. 유종하 전 장관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사실관계가 완전히 잘못됐다. 2부 시험은 1996년 7월 만들어졌고 내가 장관이 된 것은 그해 11월이다. 또 나는 1998년 3월 장관을 그만뒀는데 내 아들은 그해 4월 시험을 봐서 6월에 합격했다”고 말했다. 홍 전 장관은 차관 시절에 아들이 취약한 외시 과목을 필수에서 선택으로 바꿔 아들이 합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홍 전 장관은 “차관이 무슨 시험과목을 마음대로 고친다는 말이냐. 그런 일을 한 적도 없고, 그럴 수도 없다. 내 평생 이런 모욕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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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외통위에서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증인으로 채택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반 총장이 외교부 장관이던 2006년 특채된 홍모 씨의 아버지인 홍장희 전 주스페인 대사가 반 총장의 충주고 선배라는 이유에서였다. 홍 전 대사는 “딸이 외교부에 들어간다고 나에게 미리 알리지도 않았다. 특혜를 부탁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 거물급 인사 특채 의혹 찾기 경쟁

여야 의원들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거물급 인사의 특채 의혹을 찾는 데 몰두하고 있다. 유 전 장관의 딸 특채 문제가 대형 스캔들로 번지면서 이와 관련해 주목을 끌 성과를 거두는 게 국감 평가와 직결된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선영 의원은 “미주지역의 전직 총영사와 아프리카 한 국가의 전직 대사가 현직에 있을 때 자녀들이 특혜를 받고 외교부에 특채로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그는 “상당히 구체적인 제보가 들어오고 있어 확인하느라 아주 바쁘다”고 말했다.

외통위 소속 의원들의 보좌진은 외교부 특채 명단을 확인하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보좌관은 “거물급 인사의 자녀가 특혜를 받고 특채됐는지 확인하려면 특채 합격자의 실명과 가족관계를 파악해야 하는데 확인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 리더십의 위기로 외교활동 차질 우려

외교부는 유 전 장관이 물러난 뒤 이명박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에 신 차관이 수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청와대 측은 신 차관의 러시아 수행 계획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양창수 유럽국장이 이 대통령을 수행했다.

이를 놓고 외교부 내에서는 이 대통령의 정상외교가 이뤄지는 자리에 이번 특채 파동의 인사라인에 있던 신 차관이 동행하는 것을 청와대가 부담스럽게 여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신 차관이 장관 직무대행으로서 어수선한 외교부 분위기를 다잡도록 오히려 청와대에서 배려한 것”이라며 “유엔총회에는 신 차관이 대표로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9일 신 차관의 인사권을 박탈한 것은 심상찮아 보인다. 내부 불만이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외교부 지도부에 대한 불신을 확인시켜 준 조치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신 차관이 장관대행으로 현재의 위기 국면을 극복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런 기류로 인해 유엔총회를 계기로 모색하던 북핵 6자회담 참가국 간 장관협의는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동영상=신각수,`나는 몸통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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