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의 딸 ‘맞춤 채용’ 사실로

동아일보 입력 2010-09-07 03:00수정 2010-09-07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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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외교부 관련자 문책 지시 외교통상부가 장관 딸을 특별 채용하기 위해 관련 규정을 무시하거나 특혜를 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특채와 관련된 공무원들에 대한 처벌을 지시했다.

행정안전부는 6일 “외교부에 대해 특별 인사 감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파악됐다”며 “응시 요건과 시험 절차 등 전반에 걸쳐 공정성과 투명성이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외교부 인사 관련 공무원들에 대한 징계가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행안부에 따르면 외교부는 특채 재공고(7월 16일) 후 26일이 지난 8월 11일 원서접수를 마무리했다. 통상 시험 공고 후 보름 이내에 끝내는 것과 달리 열흘 이상 기간이 길었다. 행안부는 유명환 장관 딸이 8월 10일 발표된 텝스(TEPS) 성적표를 제출할 수 있도록 외교부가 특혜를 준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어학 요건으로 토플과 텝스를 제시했으나 이번 채용과정의 첫 공고에는 텝스로만 제한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자유무역협정(FTA) 담당자를 선발하면서 법률 전문가인 변호사는 자격 요건 명문 규정에서 삭제하고 ‘석사 후 2년 경력자’를 응시 요건에 붙여 장관 딸에게 유리하게 만든 점도 문제로 꼽혔다. 첫 채용 과정 때는 ‘영문 에디터’ 경력을 인정하지 않았으나 재채용 서류심사 때는 ‘번역사’ 경력을 인정하는 등 유 전 장관 딸의 경력에 적합하도록 시험 과정이 설계된 것 같다고 행안부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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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 5명으로 구성된 실제 면접에서도 외교부 공무원 2명은 장관 딸에게 20점 만점에 19점씩을 준 반면 차점자에게는 12점과 17점을 줬다. 초빙된 교수 출신 면접관 3명은 장관 딸보다 차점으로 떨어진 응시자에게 총점에서 2점 더 높은 점수를 줬다. 면접 과정에서도 외교부 면접관이 “실제 근무 경험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장관 딸이 선발되어야 한다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객관성과 공정성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감사 결과에 대해 이 대통령은 “(특채 의혹에 대한) 관련자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이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공정 사회’를 핵심 국정 기조로 천명한 만큼 엄중한 책임 추궁이 뒤따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 모든 공무원 특채 특감 ▼
감사원 “지자체 채용비리 중점 점검”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 특별채용으로 불거진 공무원 채용 과정 전반의 문제점에 대해 감사원이 특정감사에 착수한다.

김황식 감사원장은 6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공무원 인사 전반에 관한 특별점검을 실시할 것”이라며 “이번 주부터 자료 수집 등의 준비를 거쳐 감사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원장은 “특별채용제도가 당초 목적대로 제대로 공정하게 운영되고 있느냐가 관심을 끌 것 같다”며 “특히 지방선거 이후 지자체장들이 사람 심기 수단으로 특채 제도를 무리하게 이용하지 않나 하는 의구심도 있어 그 부분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감사원 고위 관계자는 “공무원 채용 분야에 한정해 감사를 벌이는 것은 처음”이라며 “보통 예비조사에 열흘 정도 걸리고 조사결과를 분석하는 시간까지 감안하면 본감사는 추석 연휴 이후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원장은 “금년 하반기 공직인사 비리 점검 계획을 세우고 있던 차에 유 장관 관련 문제가 발생한 것인데, 지금까지 세웠던 계획에 따라 감사를 실시할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또 이명박 대통령이 5일 장차관 워크숍에서 ‘공정한 사회’ 구현 의지를 밝히며 “기득권자에겐 매우 불편하고 고통스러울지 모른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김 원장은 “원론적인 말로 이해하고 있으며 특별히 사정 정국을 얘기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감사원 측은 “무리한 ‘자기사람 심기’ 등 지자체장들의 채용 비리에 중점을 둔 감사를 실시할 계획이었으나 이번 기회에 국가기관의 특채제도에 대해서도 예비조사를 해보고 감사의 범위와 시기를 결정하겠다는 취지”라며 “모든 공무원, 모든 인사절차를 감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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