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공약이행 어떻게 돼가나

동아일보 입력 2010-09-04 03:00수정 2010-09-05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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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부산 예산 분담 기싸움 … 서울 성북구 급한대로 6학년만
지난달 19일 전국에서 처음으로 모든 유치원과 초중고교 학생들에게 무상 급식을 실시한 강원 정선군의 무상급식 첫날 표정. 동아일보 자료 사진
6·2지방선거에서 핵심 이슈로 떠올랐던 ‘전면 무상급식’을 놓고 지방자치단체장과 시도교육감들이 고민하고 있다. 선거 공약으로 내세워 표를 얻는 데는 ‘재미’를 봤지만 막상 당선된 뒤 이를 실행하려고 하니 재원 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취임 두 달이 지났지만 구체적인 시행 시기와 범위를 정하지 못한 곳이 대부분이다. 일부 지역에서 어렵사리 무상급식을 부분적으로 시행하고 있지만 저소득층을 위한 다른 분야에 쓸 예산을 줄여야 할 형편이다.

○ “전면 무상급식 쉽지 않네”

전면 무상급식 실시를 공약한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지난달 말 김성종 충남도교육감과 ‘단계적’ 무상급식을 실시하자는 데 합의했다. 현재 면 지역 초등학교에서 시행되는 무상급식을 2014년까지 읍·동 초등학교와 중학교까지 확대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충남도와 교육청이 1000억 원가량의 필요 예산 중 60%를 서로 부담하라고 맞서 추진이 불투명한 상태다.

초등학교 무상급식 전면 도입을 내세우고 당선된 임혜경 부산교육감은 내년 한 해 239억 원의 추가 소요 예산 중 교육청이 40%를 내고 부산시가 30%, 구·군청이 30%를 부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자치단체들은 재정이 부족하다며 난색을 표시해 진척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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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는 도교육청과 확대 속도를 놓고 방침이 엇갈린다. 도교육청은 내년에 농어촌지역 초중고교, 2013년까지 도시지역 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 실시를 주장한다. 반면 전남도는 내년에 농어촌지역 초중학교, 2013년에는 도시지역 초중학교까지만 적용하는 방안을 내세우고 있다.

○ 실시하는 곳도 있지만…

강원 정선군은 2학기 시작과 함께 유치원부터 고교까지 모든 학생에게 무상급식을 시작했다. 60개 학교 4442명이 대상이다. 초등학생 자녀 2명을 둔 조모 씨(42·여)는 “비싸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아이가 많으면 급식비가 부담스럽기 마련”이라며 “빠듯한 살림에 무상급식이 보탬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마다 이미 급식비를 지원받는 학생 비율이 비교적 높아 정선군의 추가 부담이 많지 않았던 덕분이다. 도교육청이 필요 예산의 절반인 8억 원을 내놓은 것도 도움을 줬다. 경기 성남시(초등학생, 중학교 3학년)와 과천시(초등학생)도 자체 예산으로 무상급식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모든 초중학생 1만3700여 명에게 무상급식을 실시하겠다는 충북 청원군은 이달 1일 의회에 8억8200만 원의 추가경정예산 의결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 계획도 ‘100% 무상급식’은 아니다. 학교마다 급식단가에 차이가 있지만 청원군은 평균 단가만 지원하기 때문이다. 청원군 내 초등학교의 평균 급식 단가는 끼니당 1800원이지만 일부 학교는 2000원대의 급식을 공급하고 있다. 평균 단가 이하의 학교는 급식 질이 좋아지겠지만 단가가 높은 학교 학부모들은 1800원을 제외한 부분만큼 급식비를 부담해야 한다.

서울 성북구는 다음 달부터 모든 공립 초등학교 6학년만 무상급식을 실시할 계획이지만 학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한 교감은 “1∼5학년에도 아직 지원받아야 할 아이가 많은데 6학년이라고 모두 무상급식을 해주는 게 형평성에 맞느냐”고 반문했다.

○ ‘헛공약’ 원인은 예산

무상급식이 현실화되지 못한 ‘헛공약’이 된 것은 예산 배분의 어려움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서울시의회는 초중고교생 128만여 명에게 무상급식을 하자는 조례안을 발의했지만 연 5697억 원으로 추산되는 예산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25개 자치구 중 21개 구에서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건 민주당 후보들이 당선됐지만 교육청과 서울시 지원이 없으면 추진이 불가능하다. 노원구의 경우 4만1700여 명의 초등학생 대상 무상급식에 연 160억여 원이 필요하다. 구 관계자는 “재정 여건상 구가 단독으로 무상 급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털어놨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 일부선 “돈 더 낼테니 질 높이자” ▼
실제 비용 못미치는 지원금… “급식 질 하향 평준화” 우려

무상급식이 시작되면 학생들은 공짜로 밥을 먹을 수 있다. 그러나 무상급식이 ‘항상 맛있는 밥과 반찬’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예산이 부족한 상태에서 무상급식 혜택을 받는 학생 수를 늘리려는 실적 올리기에 매달릴 때엔 자칫 급식의 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우려 때문에 일부 지역에서는 무상급식에 추가로 개인 비용을 부담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학생이 1000여 명에 이르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구미초등학교는 올해 학생 1명마다 끼니당 2350원의 급식비를 지원받는다. 그러나 실제 적용 단가는 지난해와 같은 끼니당 2530원이다. 나머지 180원은 학부모가 낸다. 많지는 않지만 ‘학부모 부담이 전혀 없는’ 무상급식의 취지와는 거리가 있는 셈이다.

구미초교가 ‘불완전한’ 무상급식을 하는 것은 예산을 지원하는 성남시 기준 때문이다. 성남시는 2007년부터 자체 예산으로 무상급식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초교 3∼6학년생을 지원했다. 각 학교에서 급식단가를 결정하면 학생 수에 맞춰 급식비 전액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올해는 초등학교 전체와 중학교 1학년까지 무상급식 대상이 확대됐다. 동시에 학교별 맞춤지원 방식도 평균단가를 적용한 일률지원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500명 이상 초교는 끼니당 2350원, 500명 미만 초교는 2450원씩 지원된다. 중학교는 500명 이상은 2760원, 500명 미만은 3000원으로 정해졌다.

이렇다 보니 구미초교 등 상당수 학교의 급식단가가 지난해보다도 낮아졌다. 결국 구미초교는 추가 비용을 걷기로 했다. 번거롭고 복잡하지만 급식 질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기 때문. 대부분의 학부모도 추가 납부를 지지했다. 학교 관계자는 “물가는 매년 오르는데 급식비가 오르지는 못할지언정 떨어지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끼니당 180원이지만 학생 수를 감안하면 급식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구미초교 사례가 알려지면서 분당구에 있는 다른 초교들도 급식비 추가 부담을 검토하고 있다.

성남=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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