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 이후]일주일 낙마게임 결론은? 숨가쁘게 돌고돈 ‘청문회 룰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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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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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조현오 신재민 안돼” → 與 “신재민 이재훈 어려워” → 野 “김태호 절대불가”

문방위, 민주의원 불참속 신재민 청문보고서 채택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결정에 반발해 회의장을 떠나는 바람에 민주당 의원들의 자리가 텅 비어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문방위, 민주의원 불참속 신재민 청문보고서 채택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결정에 반발해 회의장을 떠나는 바람에 민주당 의원들의 자리가 텅 비어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누구를 떨어뜨릴 것인가.’

8·8개각에 따른 인사청문회 파문이 이어지면서 정치권에 ‘낙마(落馬) 게임’이 펼쳐지고 있다.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를 포함해 10명에 이르는 후보자 중 누구를 떨어뜨릴지를 놓고 여야 간 샅바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여권 내에서도 청문회 과정에서 온갖 의혹이 쏟아지고 일부 후보자의 말바꾸기로 여론이 악화됨에 따라 “전원 무사 귀환은 불가능해졌다”는 자체 판단에 따라 ‘포기 1순위, 2순위…’가 비공식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 여권이 고심하는 낙마 우선순위는?

‘낙마 게임’의 양상은 24, 25일 이틀 동안 열린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청문회를 분수령으로 크게 바뀌었다.

김 후보자가 핵심 의혹에 대한 말바꾸기로 위증논란에 휩싸이는 등 여권이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저조한 성적으로 청문회를 마치자 다급해진 한나라당은 ‘빅딜’을 모색했다. 장관 후보자 1, 2명을 교체할 테니 야당이 김 후보자 인준에 협조해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기대치가 한껏 높아진 민주당은 ‘김태호 인준 절대 불가’의 배수진을 친 채 빅딜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김 후보자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업을 경우 대여 공세 수위를 높여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다.

결국 한나라당은 ‘야당 설득이 안 된다 해도 여론을 감안하면 한두 명은 버리고 가야 한다’는 판단하에 자체적으로 떨어뜨릴 후보를 고르고 있다. 당 지도부는 26일 오후 비공개 최고회의를 열어 신재민, 이재훈 후보자를 낙마 우선 대상자로 잠정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후보자의 경우 청문회 정국 초기부터 위장전입, 양평 땅 투기 의혹으로 일찌감치 야당의 사퇴 공세 리스트 앞 순위에 올랐다.

이 후보자는 검증 시작 전에는 별 문제없이 청문절차를 통과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으며 자질면에서도 여야 및 관료 사회 모두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위장전입 등의 불법행위도 드러난 게 없다. 하지만 ‘쪽방촌 투기’라는 상징성 때문에 낙마 후보 리스트에 올랐다. 민주당 내에는 호남 출신으로 열린우리당 수석전문위원으로 일했던 이 후보자에 대한 동정론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쏙 들어간 ‘조현오 낙마론’

청문회 정국 초기 단연 사퇴 1순위로 꼽혔던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는 슬그머니 낙마 대상 후순위로 자리 이동했다.

청와대가 “치안총수를 내부 회의에서 한 말실수 때문에 낙마시키면 국정 후반기 경찰이 야당 등에 휘둘릴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조 후보자를 낙마시킬 경우 대안을 찾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청와대는 ‘차명계좌’ 발언 동영상이 외부에 유출된 것이 경찰 내부 ‘세력 다툼’의 결과물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청장 후보자 교체 시 ‘자기 식구 흠집 내기 세력’의 의도가 성공한 것으로 해석될 것도 경계하고 있다.

조 후보자에 대해 사퇴는 물론 사법처리까지 요구했던 민주당도 최근 들어 조 후보자에 대한 언급이 줄어들었다. 김태호 후보자에게 화력을 집중하기 위한 것이기는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조 후보자에 대해선 청와대의 신임이 두텁고 4대 권력기관장이어서 쉽게 낙마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것이므로, 일단 좀 더 쉽게 공략이 가능한 곳에 공격의 포문을 열겠다’는 전략적 판단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 기대치 높아진 야당

청문회 정국 초기 내심으로는 ‘장관·청장 후보 가운데 몇 명만 낙마시킬 수 있다면 큰 성과’라고 봤던 야당은 한껏 기대치가 올라간 상태다. ‘안정권’에 있는 것으로 예상됐던 후보자들이 대거 ‘의혹 후보 그룹’으로 전락하면서 게임이 야당 쪽으로 계속 기울어 온 것이다. ‘조현오 사퇴→김(태호)·신(재민)·조(현오) 사퇴’로 계속 요구 수위를 높여온 야당은 현재 “이재오 특임, 박재완 고용노동부,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후보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부적격 인사”라고 강조하며 기세등등하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27일 여권의 빅딜설에 대해 “(개각 인사가) 무슨 부동산이냐, 인질이냐, 포로냐”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는 “여당 단독으로라도 총리 후보자 인준을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며 현재로선 ‘김태호 강행’ 카드만 궁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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