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아논평]실망만 더해주는 인사청문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23일 1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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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국회 인사 청문회 두 번째 날이었습니다. 정권의 실세로 불리는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자가 나왔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차명계좌가 있다는 발언을 해서 논란을 일으킨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를 비롯해서 모두 다섯 명에 대한 청문회가 벌어졌습니다.

이재오 후보자는 모두 발언을 통해 "60 평생에 한번도 저에게 주어진 조그만 권력도 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용해 본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야당에서는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연임 로비를 하는 데 이 후보자가 연루됐다고 주장하고 있지요. 이를 따지기 위해서 국회가 증인으로 부른 남 사장과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은 해외출장을 갔다는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조현오 후보자도 모두 발언에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사과부터 했습니다. 차명계좌가 있었다는 발언이 사려 깊지 못했고, 부적절했다고 자인을 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가 있느냐, 없느냐"는 야당 의원들의 잇단 추궁에 "더 이상 제가 발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피해갔습니다.

조 후보자는 또 위장전입을 했던 것이 자녀 진학을 위해서 그랬다며 사과를 해야 했습니다.
청문회 첫날이었던 지난주 금요일에도 사과 행진이 이어졌지요.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는 부인이 2006년 '쪽방촌' 투기를 한 사실에 대해 "제 부덕의 소치"라며 사과했습니다.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도 위장전입을 했다고 사과를 했는데, 이번에는 주민등록 정리가 늦어졌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청문회가 이어져도 국민들은 장관 후보자들의 능력이나 식견, 정책 소신에 대해서는 알기가 어렵습니다. 오히려 과거에 저지른 불법이나 탈법행위를 알게 돼서 의혹이 더 커지고, 도덕적인 결함에 대해서 실망을 하게 되지요.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들의 이런 반응을 알았는지 인사검증 기준을 좀 더 엄격하게 만들라고 지시했습니다. 장관을 할만한 능력이 있으면서, 국민들에게 사과를 할 필요가 없을 만큼 떳떳하게 살아온 사람이 그토록 없는 것인지 착잡해집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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