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유족들 “조현오 내정자 사퇴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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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빗댄 발언 - 盧차명계좌 언급 파문 증폭
민주 “내정 철회를”… 여권서도 사퇴론 확산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돼 투신자살했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민주당 등 야권이 내정 철회를 요구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또 조 내정자는 천안함 폭침사건과 관련해 “선진국 국민이 되려면 격이 높게 슬퍼할 줄 아는 것도 필요하다”며 “동물처럼 울고불고 격한 반응을 보이는 것을 보도해선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발언은 조 내정자가 3월 31일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본부 간부 405명을 대상으로 한 내부특강에서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천안함 사건 희생 장병 유족들은 15일 “조현오 내정자는 공개사과하고 현직에서 즉각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이해찬 한명숙 전 국무총리, 이재정 국민참여당 대표 등 친노(친노무현) 인사 30여 명도 이날 노무현재단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조 내정자에 대한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히고 조 내정자의 ‘대국민 사죄’와 내정 철회를 요구했다.

민주당은 이명박 대통령이 조 청장 내정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인사청문회 자체를 거부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친노 인사인 민주당 백원우 의원은 “모 대기업 회장이 자식의 보복폭행 사건 때 조직폭력배를 동원했는데 당시 동원된 조폭과 조 내정자가 연루돼 있다는 제보가 있다”며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현 단계에서 내정 철회는 하지 않을 방침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제의 발언이) 경찰청장으로서의 업무 수행과 직결된 사안으로 보지는 않는다”며 “어떤 맥락에서 그런 발언이 나왔는지 인사청문회에서 설명할 기회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 내정자가 위장전입을 한 사실이 드러났고 2007년 모친상 때 거액의 조의금을 받은 의혹 등이 제기되고 있어 청와대가 결국 교체 쪽으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나라당도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조 내정자의 거취 문제를 논의키로 하는 등 여권 내부에서도 조기에 사퇴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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