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이재오 관계는 러시아 대통령-총리?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9일 2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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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이재오의 관계는 러시아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의 관계와 닮은꼴이 될 것이다."

민주당 내에선 김태호 국무총리 내정자와 이재오 특임장관 내정자의 관계를 두고 이 같은 관측이 무성하다.

두 차례 대통령을 지낸 푸틴 총리는 실질적으로 메드베데프 대통령 위에 군림하는 상왕(上王)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 총리 내정자의 나이나 중앙정치 무대에서 짧은 경력을 감안하면 '정권의 2인자'로 불리는 이재오 내정자가 김 총리 내정자의 명목상 지휘를 받는 것으로 돼 있지만 실질적으로 푸틴 총리와 같은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얘기다.

특임장관은 대통령의 은밀한 '오더' 뿐만 아니라 총리의 '대외 정무실장' 역할도 일부 맡고 있다. 현행 정부 조직법에 따르면 특임장관은 대통령이 특별히 지정하는 사무를 맡거나 대통령의 명을 받아 총리가 특별하게 지정하는 일을 담당하도록 돼 있다. 주호영 특임장관은 정운찬 총리가 세종시 수정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나라당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들을 만나며 막후 심부름꾼 역할을 맡기도 했다.

그러나 야권은 현실 정치의 역학구도로 따져볼 때 '김태호-이재오'라인이 직제상 관계로 움직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인 박지원 원내대표는 9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특임장관이 개헌, 대북문제 등 모든 것을 좌지우지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권에서는 정운찬 총리 밑에서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조용한 행보'를 보인 이 장관 내정자가 야권의 시선을 의식해서라도 '후배 총리'를 모시는데 더욱 몸을 낮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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