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선 ‘대승호’ 北에 나포]어떻게 나포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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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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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6시 35분 “대화퇴 어장서 조업중”어제 오후 2시 35분 “北경비정에 끌려간다”

대승호와 같은 규모의 오징어 채낚기 어선. 사진 제공 경북매일신문
대승호와 같은 규모의 오징어 채낚기 어선. 사진 제공 경북매일신문
동해상에서 조업을 하다 북한에 단속돼 조사를 받고 있는 ‘55대승호’는 어떻게 나포됐는지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북한 측이 이번 나포에 대한 명백한 견해를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 다만 55대승호가 조업을 하던 대화퇴어장이 북한 수역과 이웃해 있어 실수로 북한의 배타적경제수역을 침범한 것이 아니냐는 추정만 나오고 있다. 선원 가족들은 소식을 접하고 충격을 받아 외부와의 연락을 끊은 상태다.

○ 답답한 정부


정부는 55대승호가 언제, 어디서 나포됐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8일 오후 위성전화를 통해 김칠이 선장(58)이 북한 성진항으로 간다고 포항어업정보통신원에 알려온 것 외에는 전혀 연락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

해양경찰청 관계자는 “북한에 나포됐다는 것 외에는 확인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북한 당국이 55대승호 나포에 대한 입장을 발표해야 귀환 협상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선장이 조합원으로 활동 중인 포항수협도 사태 파악에 급급한 표정이다. 포항수협 관계자는 “8일 정오경 선주 김 씨가 위성전화를 이용해 가족에게 ‘북측 경비정에 나포돼 북한으로 끌려가고 있다’고 전해 왔다”고 말했다. 포항수협은 이들의 나포 소식을 접한 뒤 수협 사무실에 비상상황실을 설치했다. 포항지방해양항만청장과 포항시장, 포항해양경찰서장 등을 중심으로 사고대책반을 본격 가동했다.

대승호 출항신고서 8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동빈동 포항해양경찰서 포항 파출소에는 대승호가 제출한 ‘어선출항신고서’가 남아 있다. 신고서에는 출항 날짜인 1일과 입항 예정일인 9월 10일이 적혀있다. 포항=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대승호 출항신고서 8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동빈동 포항해양경찰서 포항 파출소에는 대승호가 제출한 ‘어선출항신고서’가 남아 있다. 신고서에는 출항 날짜인 1일과 입항 예정일인 9월 10일이 적혀있다. 포항=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정부 일각에서는 천안함 폭침 사건으로 경색된 남북 관계가 이번 55대승호 나포로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 가슴 졸이는 가족

8일 오후 8시경 경북 포항시 북구 동빈2가 김칠이 선장 자택은 적막만 흘렀다. 수차례 초인종을 눌렀지만 대답이 없었다. 인근 주민은 “나포 소식이 전해진 후 외부와 연락을 하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아들 현수 씨(31)는 어렵게 연결된 통화에서 “가족 모두가 충격을 받아 몸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너무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아버지와 승선한 선원 모두 아무 탈 없이 집으로 돌아오길 바랄 뿐”이라고 힘겹게 말했다. 김 선장 자택에서 1km가량 떨어진 현수 씨의 근무지 포항수협의 한 지점은 밤늦게까지 사무실 불이 꺼지지 않았다.

55대승호는 선주인 김 씨가 직접 선장까지 맡고 있다. 별도 사무실도 없기 때문에 선주와 선원 가족들은 8일 오후 늦게까지 각자의 집 등에서 초조하게 연락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선원들 가족도 “빨리 조사가 끝나 사람과 배가 모두 무사히 돌아오길 바란다”면서도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벌어진 북한의 민간선박 나포에 대해 불안감을 나타냈다. 특히 가족들은 선주와 선원들에게 혹시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불안해하며 언론이나 외부 접촉을 피하고 있다. 중국인 선원 3명은 선주 김 씨와 3년 계약을 한 뒤 올 4월부터 조업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 55대승호는?

1995년 건조된 오징어 채낚기 어선. 선체는 강화플라스틱(FRP)으로 제작됐다. 선체 길이 22.15m, 폭 5.3m에 560마력의 디젤엔진을 장착하고 있다. 정원은 6명이지만 이번 조업에는 7명이 승선했다. 건조된 이후 선주 김 씨의 개인 소유로 포항에서 동해 대화퇴어장을 중심으로 조업해 왔다. 오징어잡이를 위해 1일 포항 동빈항을 출발해 9월 10일경 귀항할 예정이었다.

포항=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최성진 기자 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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