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남측 경제지원 올줄 알고 화폐개혁한듯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2일 03시 00분


북한은 적어도 2월 말까지는 남북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 같다고 대북 소식통들은 전한다. 그 이유는 정상회담 개최의 대가로 예상되는 남한 정부 차원의 대규모 경제지원에 대한 기대감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은 A 씨를 통해 이른바 ‘30, 30’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0년 춘궁기와 파종기를 앞두고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제공했던 정부 차원의 쌀 30만 t과 비료 30만 t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북한은 비료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지난해 8월 남한에 연내 정상회담 개최를 제의하면서 경제적 측면을 강조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사절로 왔던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은 정동영 민주당 의원 등을 만나 “북한에 자원이 많은데 이것이 중국을 거쳐 나간다. (남북 간) 직접 교역을 하면 상호이익이 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성공단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결단으로 만들어진 사업으로 아직 1단계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세계적인 일류 공업단지로 만들어야 한다. 앞으로 당국 대화도 하고 경제·사회·문화교류도 하고 의원 교류도 하자”고 제안했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임태희 당시 노동부 장관과의 싱가포르 비밀회담에서도 정상회담 개최의 대가로 대규모 인도적 지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11월 남북 간 개성 접촉에서 통일부가 정상회담의 대가를 지급하는 데 대해 난색을 표한 게 남북 간 정상회담 논의가 결렬된 주요 이유였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김 위원장 3남 김정은으로의 후계구도 안착을 위해 통치자금이 필요했으며 이 중 일부를 정상회담의 대가로 남한에서 조달할 계획이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북한이 1980년 6차 노동당대회 이후 처음으로 올 9월 노동당 대표자회를 열어 후계체제 구축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정치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북한 지도부는 남한의 경제지원을 전제로 화폐개혁(지난해 11월 30일)을 단행해 인민들의 유휴자금을 환수하고 화폐 발권력을 높이는 동시에 외환통제 조치(올해 1월 1일)로 권력 엘리트들이 장롱에 숨겨놓은 달러를 흡수하려 했던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남한이 지원을 거부한 상태에서 화폐개혁과 외환통제가 실패하자 1월부터 중국을 통한 외자 유치로 방향을 돌렸다. 북한이 재중(在中)동포 박철수 등을 내세운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과 국가개발은행의 존재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를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은 북한이 정상회담 개최의 기대를 포기한 것으로 관측될 무렵인 3월 2일이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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