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全大 D-5… 쇄신파-친박 후보 ‘다른 셈법’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9일 03시 00분


“단일화가 참 좋은데… 내가 그만둘 순 없고…”

■ 소장파 주말엔 합의 볼까
남경필, 정두언과 협상 결렬되자
김성식과 논의… 金은 “지켜보자”

■ 친박 “대표후보 검토”
중진의원 조정에도 교통정리 못해
특정후보 지지공개 표명할 수도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한나라당의 7·14전당대회가 5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후보들 간 단일화를 위한 물밑 논의가 한창이다. 단일화 논의의 중심에는 소장그룹 및 쇄신파와 친박(친박근혜)계 후보 진영이 있다.

이들은 대부분 “이대로 가다가는 전멸한다”는 위기감엔 공감하고 있지만 단일화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다고 한다. 단일화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후보들 간 셈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 소장그룹 뭉치나

전당대회 출마자 12명 가운데 소장그룹과 쇄신파 후보로는 남경필(4선) 정두언(재선) 김성식 의원(초선) 등 3명이 꼽힌다. 우선 남 의원, 정 의원 측이 이달 초 개혁 소장파 그룹의 후보 단일화를 명분으로 물밑 협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과 가까운 한 의원이 양측을 오가며 의견을 조율했으나 막판에 협상이 결렬됐다는 후문이다. 이후 남 의원, 김 의원과 가까운 의원들이 나서 두 의원의 단일화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도권의 한 재선의원은 “3명 모두 상대적으로 다른 후보보다 젊고 개혁적 이미지를 가진 데다 복지를 강조하는 시장주의자란 공통점이 있다”며 “세 후보가 힘을 합치지 않으면 모두 낙선할 수 있어 여러 의원이 단일화를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도권의 또 다른 의원은 “세 후보가 단일화에 성공하면 대의원들에게 한 표는 한나라당의 미래를 위해 투표해 달라고 설득할 명분이 생긴다”며 “소장파 단일 후보에겐 최소 30명 이상의 의원이 지지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상대적으로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남 의원은 단일화에 적극적인 반면 정, 김 의원은 “좀 더 상황을 지켜보자”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 측 관계자는 “본인의 결단이 중요한데 김 의원은 아직 자신의 메시지를 국민에게 충분히 전달하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며 “또 쇄신 대표라는 명분이 있는 만큼 단일화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후보들이 선뜻 단일화에 합의하지 못하는 배경엔 후보 등록 시 당에 8000만 원의 기탁금을 냈고, 최고위원에 당선되지 못하더라도 전대를 통해 자신을 대의원과 국민에게 충분히 알릴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친박 대표는 누구?

홍사덕 박종근 이경재 허태열 의원 등 친박계 중진의원들은 지난달 3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시티의 한 식당에 모였다. 전대 후보 등록을 4일 남겨놓고 당내 소수파인 친박계 후보가 서병수 이성헌 이혜훈 주성영 한선교 의원 등 5명이나 되는 상황에서 후보 조정을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이날 모임에서 허 의원은 “박 전 대표도 ‘잘됐으면 좋겠는데 후보가 너무 많이 나온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친박 후보를 영남권 1명, 수도권 1명으로 줄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일부 의원은 “영남권 1명, 수도권 1명에 여성 후보 1명이 적당하지 않으냐”며 다른 방안을 내놨고 참석자들 간 공방도 오갔다고 한다.

참석자들은 후보 ‘교통정리’의 필요성엔 공감했지만 어느 후보에게 사퇴를 권고할지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 모임에 참석한 한 의원은 “대부분 ‘누구에게 그만두라고 하는 건 동료들 간에 할 일이 못 된다’고 했다”며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중진의원들은 이날 모임 이후 후보 등록일(4일) 전날까지 각 후보 측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일부 의원은 아예 휴대전화 전원을 꺼버렸다고 한다. 결국 서병수 의원 지지를 선언하고 사퇴한 주성영 의원을 뺀 4명이 후보 등록을 하고 전대에서 완주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교통정리에 난항을 겪자 친박계 중진의원들 사이에서는 ‘친박 대표후보’를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허 의원은 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후보 간 조정이 안 되면 이번 주말경 중진의원들이 나서 공개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해 달라고 밝힐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최고위원 5명을 선출하는 전대에서 안상수 홍준표 의원이 선두권을 이루고 있고 여성 몫 최고위원 1명을 빼면 결국 두 자리를 놓고 소장그룹과 친박 진영이 다투고 있다”며 “마지막까지 단일화 논의가 어떻게 될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