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야간집회 위반 1157명 공소취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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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 공백으로 처벌 불가능’ 사법사상 처음

대검찰청 공안부(부장 신종대 검사장)는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의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이 국회에서의 법 개정 무산으로 다음 달 1일부터 효력을 상실하게 됨에 따라 이 조항 위반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이들에 대해 공소를 취소하기로 했다고 29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18일 현재 이 조항 위반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사람은 전국적으로 1157명에 이른다. 이들 가운데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 위반 한 가지만 적용된 116명은 공소 취소가 이뤄지면 무죄나 마찬가지인 공소 기각 판결을 받고 재판이 종결된다. 또 이 조항보다 형량이 더 높은 공무집행방해나 일반교통방해 등 다른 혐의가 함께 적용된 1041명은 야간 옥외집회 금지 위반 혐의를 제외하고 다른 혐의에 대한 재판을 받게 된다.

검찰의 이번 공소 취소 결정은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한 집시법 10조와 이를 어겼을 경우 처벌하도록 한 같은 법 23조가 다음 달 1일부터 효력을 잃게 돼 재판을 계속 진행하더라도 전원 무죄판결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야간집회 금지’ 위반 116명 재판 종결
공무집행 방해등 1041명은 계속 재판
‘美쇠고기시위’ 822명 포함
기 존 처벌자 再審처리 주목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형사처벌 조항이 법 개정시한까지 국회에서 고쳐지지 않아 이미 기소된 사람들의 처벌 자체가 불가능한 ‘사법 공백’ 사태는 처음 있는 일이다. 또 검찰이 무더기로 공소를 취소하는 것도 전례가 없다.

검찰이 공소를 취소하기로 한 1157명 가운데 상당수는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에 참가했다가 기소된 사람들이다. 검찰은 쇠고기 시위 과정에서 교통방해와 도로 점거, 불법 야간 옥외집회 및 폭력,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모두 1270명(구속 45명 포함)을 기소했고, 이 가운데 재판이 끝나 형이 확정된 사람은 448명으로 35% 정도밖에 안 된다. 2008년 10월 서울중앙지법 박재영 판사가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이 위헌 소지가 있다면서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자 대다수 재판부가 헌재의 판단을 기다려 보겠다며 재판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쇠고기 시위와 관련해 그 같은 이유로 현재 재판에 계류 중인 사람은 822명(벌금형 약식기소 673명 포함)에 이른다.

법원은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의 효력 상실이 임박하면서 조만간 이들에 대한 재판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의 형사단독, 형사항소부 판사들은 조만간 회의를 열고 법원에 계류돼 있는 이들 사건의 처리 방향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 위반으로 이미 형이 확정된 이들이 재심(再審)을 청구할 경우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도 관심사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형사처벌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경우에는 위헌 결정이 내려졌을 때와 마찬가지로 재심과 형사보상금 청구가 가능하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헌재가 지난해 9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법 개정 이전까지 해당 조항의 효력을 유지한 만큼 재심 청구를 할 수 없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헌재가 결정문에서 국민의 주거 및 사생활의 평온 보호 등 야간 옥외집회 금지의 입법목적은 정당하다고 보고 한시적으로 해당 조항의 적용을 명령한 점을 감안하면 이미 유죄판결이 확정된 사례까지 소급해서 무효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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