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비당권파들이 8월 말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앞두고 본격적인 세(勢)불리기에 나섰다. ‘반(反)정세균’ 연대를 기치로 한 비당권파 결사체인 ‘쇄신모임’은 16일 6·2지방선거 후 첫 모임을 열어 원외 인사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하고 이름을 ‘쇄신연대’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8월 전당대회에서 현 정 대표 체제에 맞서는 연대에 시동을 건 것이다. 민주당 차기 전당대회 구도가 ‘정세균 대 반정세균’으로 굳어지고 있는 것이다.
○ 비당권파 “당명만 빼고 다 바꿔야”
이날 모임에는 ‘당권파 내 비주류’를 자처하며 당 대표 출마를 공식화한 박주선 최고위원,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정동영 의원, 천정배 추미애 강창일 김영진 문학진 의원 등 24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모임 후 성명을 내고 “차기 전당대회에서는 당명만 빼고 모든 것을 바꾸는 재창당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全)당원 투표제 도입 △공정한 전당대회 개최를 위한 임시 지도부 구성 △집단지도체제로의 변경 △새 지도부 임기 축소(당권, 대권 분리)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앞으로 시도별로 순회 토론회를 갖고 다음 달 4일엔 ‘민주당 쇄신을 위한 당원행동대회’라는 자체 워크숍을 개최하기로 했다.
문학진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오늘 우리는 정 대표 체제에 대해 선전포고를 했다”며 “6·2지방선거 승리는 민주당이나 정 대표가 잘해서 이뤄낸 것이 아닌 만큼 2012년 대선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정 대표의 독선적 당 운영을 종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쇄신연대는 당 대표 후보를 단일화해 정 대표와 일대일 구도로 맞설 복안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당권 도전을 검토 중인 정동영 의원을 12일 만나 단일화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 지도체제 놓고 당 대표-원내대표 충돌
지도체제 변경 문제를 놓고 정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가 정면 대치하는 형국이 전개되고 있다. 5월 원내대표 경선에서 선출된 직후 집단지도체제로의 변경을 약속했던 박 원내대표는 16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당에 인물이 많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해서라도 집단지도체제로 바꿔야 한다”며 “열린우리당 때 실패하지 않은 제도가 어디 있나”라고 말했다. “집단지도체제는 열린우리당 때 이미 실패한 제도로 일고(一考)의 가치도 없다”며 당내의 변경 요구를 일축한 정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의원들을 대표하는 원내대표가 공개 요구한 것을 일고의 가치도 없다니… 정 대표는 이고, 삼고를 해야 한다. 이 문제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겠다”며 정 대표와의 일전을 불사할 의지를 분명히 했다.
집단지도체제는 대표와 최고위원을 통합 선출해 최다 득표자를 대표로 하고 차점자를 최고위원으로 하는 제도다. 민주당의 전신인 새천년민주당이 “제왕적 총재제의 폐해를 막겠다”며 정풍(整風) 차원에서 도입했고 현재 한나라당이 쓰고 있다. 집단지도체제로의 변경 문제는 정동영 의원과 손학규 전 대표가 주목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해 선출하는 현재의 단일지도체제와는 달리 상처 없이 지도부에 입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7·28 재·보선이란 정치 일정을 눈앞에 두고 있고, 각종 전당대회 룰(당헌, 당규) 개정은 중앙위원회와 당무위원회 의결 사항이며, 중앙위와 당무위 소집 권한이 대표에게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정 대표가 입장을 바꾸기 전에는 비당권파의 요구가 받아들여지기란 매우 어려워 보인다. 이에 대해 한 비당권파 재선 의원은 “당 소속 의원 전원에게 당헌, 당규 개정을 위한 중앙위, 당무위 소집에 대한 찬반을 묻는 연판장을 돌리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했다. 수적으로 우세한 비당권파가 정 대표를 옥죄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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