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당선자 인터뷰]<9>강운태 광주시장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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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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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생활하수 이대로 놔두면 영산강 수질개선 160년 걸려”

강운태 광주시장 당선자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광주를 ‘창조의 도시’로 바꾸겠다”며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저항의 에너지를 창조의 에너지로 전환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강운태 광주시장 당선자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광주를 ‘창조의 도시’로 바꾸겠다”며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저항의 에너지를 창조의 에너지로 전환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강운태 광주시장 당선자(61·민주당)는 다음 달 1일 취임하면 광주시장을 두 번째 맡게 된다. 1995년 마지막 관선시장으로 퇴임한 뒤 15년 만이다. 그는 본선이었던 6·2지방선거보다 예선이었던 당내 경선이 더 힘들었다.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뛰어든 시장 경선에서 승리하기까지 여러 갈등과 잡음이 적지 않았기 때문. 후보로 확정된 뒤에도 상대 후보들이 제기한 ‘재심 신청’으로 23일간 마음을 졸여야 했다. 3일과 13일 두 차례에 걸쳐 동아일보와 만난 강 당선자는 “재심 기간 내내 하루하루가 고통이었지만 그만큼 보람도 있었다”며 “더욱 겸손한 자세로 열심히 일해 광주의 위상을 높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3조 필요한 수질개선사업 예산 고작 220억 배정
민선 후 삶의 질 나빠져… 소통의 시민정부 만들것
세종시 수정안 폐기 땐 투자유치 새 기회 기대”

―어떤 결심으로 시장선거에 뛰어들었는지….


“실은 (시장직 출마를) 망설였다. 임명직 마지막 시장도 했었고, 광주라는 도시공동체의 발전방향을 놓고도 많은 고민을 했다. 1월 들어서야 ‘이제 시민이 원하는 대로 가는 것이 정도(正道)’라는 생각으로 뜻을 굳혔다.”

―1995년 관선시장 재임 당시와 지금의 광주는 너무 다른 모습인데….

“사실 민선자치의 궁극적 목표는 삶의 질을 높이자는 것인데, 그 척도로서 소중한 것이 경제지표 아닌가. 그런 기준에서 보면 더욱 안 좋아졌다. 경제규모와 지역내총생산(GRDP) 모두 뒷걸음질 쳤다. 돌아보면 정치적 의제에만 지나치게 몰입하고 역량을 소진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지난 10년간 남긴 것이 무엇인가. (전남)도청만 가버리고 광주공항 국제선만 없어졌다.”

―악화된 여건을 뚫고 나갈 복안이 있는가.

“광주 내부적으로 참여와 소통이 부족하다. 시민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을 불어넣어 줘야 한다. 시민 각자의 역량을 실천할 수 있는 틀을 뒷받침해 주는 것이 시장의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시장과 시민사회, 시민이 하나가 돼야 한다. 요즘 회자되는 공동정부보다 더 큰 개념이 시민정부다. ‘참여와 소통의 시민정부’를 구성할 것이다.”

―선거 이후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찬반논란이 더욱 격화되는 양상인데….

“4대강 사업의 ‘중단’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엄밀히 표현하면 ‘수정’ 또는 ‘변경’을 요구한다. ‘선(先) 수질개선, 후(後) 정비 또는 개발’이 내 의견이다. 이 얘기는 갑자기 들고 나온 것이 아니라 지난해 12월 호남고속철 기공식 참석차 이명박 대통령이 광주를 방문했을 때도 직접 만나 전달했었다. 샛강을 먼저 살리고 준설도 하고 제방도 튼튼히 한 다음에 보(洑)를 막을 건지 말 건지 고민해 보자는 것이다.”

―광주천 수질개선에 필요한 재원 규모는….

“영산강 수질을 5급수로 떨어뜨린 주범은 광주시 생활하수인데 그 수질개선에 드는 비용이 약 3조2000억 원에 이른다. 그런데 금년도 사업비를 보면 수질개선사업비로 4대강 전체에 1조3000억 원, 그중 영산강에 1021억 원, 광주권 생활하수정비에는 고작 220억 원이 배정됐다. 이래서는 언제 수질개선이 되겠는가. 계산을 해 보니까 160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온다.”

―안희정 충남도지사 당선자, 김두관 경남도지사 당선자 등은 ‘4대강 반대를 위한 단체장 연대’를 들고 나왔다.

“최근 정세균 당 대표와 안희정 당선자 등과 잠시 이야기했지만, 중앙당과 함께 광역단체장들이 수질개선을 먼저 요구하는 식으로 나가야 한다고 의견을 전달했다. 사업비를 반납하자는 것은 아니라고 분명히 이야기했다. 공동대응(연대 방안)은 논의한 바 없다.”

―충청권에서는 ‘세종시 원안 사수’를 주장한다. 그에 따른 호남권의 이해득실은….

“세종시 수정안이 그대로 추진되지는 않겠지만, 만약 그대로 된다면 호남에 타격이 클 것이다. 그와 반대로 세종시 수정안이 폐기될 경우 갈 곳이 없어질 민간기업 투자를 광주가 끌어오면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정치력을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자체 발전계획을 꾸려 기업과 투자가 광주로 오도록 설득하겠다.”

―다른 후보 공약이라도 필요하면 끌어다 활용하겠다고 했는데….

“우선 정동채 후보가 내놓은 ‘광주 전남 공동 문화관광공사’ 설립안은 상당히 의미가 있어 적극 검토 중이다. 대기업 유치에 열심인 한나라당 정용화 후보의 ‘포스코 발광다이오드(LED)단지 유치’ 같은 공약은 함께 뛰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첨단기술과 함께 문화가 광주를 끌어가는 한 축이라고 주장해 왔는데….

“어떤 게임사업자는 광주의 젊은 청년들을 상대로 (컴퓨터 영상기술을) 가르쳐 보니 서울 등 타지에 비해 확실히 빠르더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래서 예향(藝鄕)이라 했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문화적 소양으로 돈을 버는 시대다. 문화를 핵심적 기술에 접합시켜야 한다. 그런 성장 여건 조성을 위해 국세는 5년, 지방세는 15년간 감면해주는 ‘문화투자지역’ 지정도 시급하다.”

―만약 지금 해외투자 유치 로드쇼에 나가 광주의 장점을 든다면….

“다른 도시에 없는 핵심적 기술, 예컨대 태양에너지 개발기술은 지금 전 세계가 깜짝 놀랄 수준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는 점을 강조할 것이다. 지금까지 솔라셀은 실리콘으로 만들었는데 광주에서는 그보다 훨씬 값싼 플라스틱을 갖고 만든다. 전남대 로봇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혈관 내 유영로봇,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의 분야에서도 핵심적 기술과 두뇌를 갖고 있다.”

―‘인권의 도시’는 어떤 개념인가.

“광주를 흔히 인권의 도시라고 하는데, 과연 시민들의 삶 속에 인권의 꽃이 피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과거 30년 전 인권을 지켜왔던 것은 숭고하지만 생활 속 인권은 부족하다. 세계 최초로 ‘인권지수’를 만들겠다. 교통사고, 청소년범죄, 장애인 고용, 비정규직 등 여러 분야의 성과를 지수화한 뒤 이를 유엔에 제출해 ‘인권의 도시’로 지정받으려 한다. 진짜 인권을 실천하는 도시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저항적 에너지를 창조적 에너지로 바꿀 것이라 했는데, 문화적 측면에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보는지.

“예를 들어 광주디자인비엔날레를 열고 있는데 실생활과 동떨어진 소재로 하고 있다. 앞으로 휴지통, 버스승강장, 충장로 상가 디자인 등 실생활 분야 디자인을 지적재산권과 연계해 발전시켜 나가면 가능하다.”

―현재 추진 중인 도시철도 2호선이 재정형편상 과다 투자라는 지적이 있는데….

“도시철도 1호선의 수송분담률이 2.2%에 그치고 연간 적자는 300억 원이다. 2호선을 추가 건설해야만 도시철도의 수송분담률을 10%로 높일 수 있는 측면이 있다. 다만 도로 한복판에 4000개 기둥을 세우는 식의 고가(高架) 경전철 방식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시민들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해 버스, 트램 등 다양한 대안을 논의토록 할 생각이다.”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21세기는 광주시민의 시대가 될 것이다. 21세기의 시대적 특징과 광주인의 유전자특성이 딱 맞아떨어진다. 문화 예술적 소양과 뜨거운 열정, 정의감을 갖고 있다. 시장이 앞장서고 함께 지혜를 모으면 반드시 큰 성과를 낼 것으로 믿는다.”

인터뷰=하준우 편집국 부국장
정리=김권 기자 goqud@donga.com
[약력]


△전남 화순(61세) △대입 검정고시, 서울대 외교학과 △순천시장 광주시장(관선) △농림수산부 장관, 내무부 장관 △제16, 18대 국회의원(광주 남)
▼ 신규 일자리 10만개 창출… 세계 첫 인권지수 개발 ▼

■ 강 당선자 공약


강운태 광주시장 당선자는 5대 공약으로 ‘5개 공동체’ 구상을 제시했다.

첫 번째가 ‘풍요로운 경제 공동체’다. 이를 위해 △전기자동차, 클린디젤자동차 부품단지 조성 및 연구센터 설치 △발광다이오드(LED) 특화단지 조성 △신규 일자리 10만 개 창출 및 고용률 60% 달성 등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노찬백 광주보건대 교수는 “자동차 관련 공약은 지역 사정을 잘 감안했지만 신규 일자리나 고용률 공약은 실현 가능성이 낮아 공허하게 들린다”고 평가했다.

‘세계 속의 인권·평화 공동체’ 구상은 광주시가 가진 ‘민주화’ 이미지를 최대한 부각하겠다는 전략이다. 구체적으로 △민주주의, 삶의 질, 비정규직 비율, 여성 청소년 보호 등을 감안한 인권지수 개발 실천 △‘세계평화도시협의체’ 결성 및 연례회의 개최 등을 내세웠다. 이에 대해 매니페스토 평가단의 의견은 엇갈렸다. 노찬백 교수는 “실현 가능성이 높진 않지만 광주가 가진 무형의 자산을 고려해 적극 추진할 만하다”고 말했다. 반면 고경민 제주대 교수는 “인권이 상당 수준으로 발달한 우리나라에서 인권지수를 만들어 적용한다고 변화를 체감할 정도의 실효성을 거둘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강 당선자는 또 ‘참여와 소통의 자치 공동체’ 구상을 밝혔다. 이를 위해 적극적인 민원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민원처리 진행 상황을 민원인들에게 알리고 사후에도 민원인들의 만족도를 조사하는 ‘before-after 만족서비스’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주 1회 정기적으로 시장이 민원인들을 만나 열린 자세로 민원인들의 고충을 듣는 프로그램도 실시하겠다고 했다.

강 당선자가 약속한 ‘건강하고 행복한 생태 공동체’ 구상을 실천하기 위해선 무등산을 국립자연공원으로 승격하고 영산강 황룡강 극락강 주변에 공원과 레저 공원을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그는 ‘멋들어진 문화 공동체’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아시아문화전당 조기 건립 △광주문화관광공사 설립 공약을 내세웠다. 고경민 교수는 “강 당선자가 약속한 광주문화관광공사는 공기업이어서 기관의 특성상 효과를 보기 위해선 투자가 오랫동안 선행돼야 한다”며 “이 때문에 지방재정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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