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흑금성, 황장엽-김덕홍-이광수 찾아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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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배신자 거처 파악” 비밀리에 지시
‘작계 5027’ 유출 현역 육군소장 구속

현역 육군 소장 김모 씨가 공작명 ‘흑금성’으로 알려진 대북 공작원 출신 박모 씨(56·구속)에게 군사기밀인 ‘작전계획5027-04’의 핵심 정보를 지도에 그려 설명하는 방법으로 알려준 것으로 9일 확인됐다.

국방부 검찰단은 군사기밀보호법 및 군형법 위반 혐의로 이날 김 씨를 구속했고, 국가정보원과 검찰은 유출된 정보의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작계5027-04는 북한의 전면 도발을 가정해 세운 한국군의 공격 및 방어계획으로 2004년 작성된 최종판에 일부 내용이 수정·보완됐다. 북한으로 흘러들어간 사실이 확인되면 이 계획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다.

국정원과 검찰 등에 따르면 박 씨는 조사 과정에서 “김 씨가 작계5027에 따른 한국군의 공격 및 방어계획을 개략적인 지도 위에 그리며 설명해 줬다”고 진술했다. 김 씨는 한반도 지도 위에 전쟁이 일어날 때 육군 일부 군단과 사단의 침투·진격로, 방어·저지선, 공격대상 등을 화살표와 선으로 표시하며 박 씨에게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안당국은 박 씨가 이 지도를 통째로 건네받아 북한에 넘겨줬는지, 이 내용을 복기한 뒤 지도를 다시 작성해 넘겨줬는지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박 씨는 이 밖에 서울의 상세 지도 등 한국지도 수십 장을 사들여 중국 베이징(北京)의 북한 공작원에게 넘겨주고, 서해 해안선 사진도 직접 찍어 북한에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안당국은 박 씨가 본격적으로 군사기밀을 빼돌린 것은 2005∼2007년이지만 10여 년 전부터 육군3사관학교 2년 선배인 김 씨에게 접근해 친분관계를 쌓아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박 씨가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고 신분을 속여 김 씨에게 접근한 뒤 쏘나타 승용차를 그랜저 승용차로 바꿔주는 등 호의를 베풀고, 수차례 현금을 전달한 정황도 파악됐다. 국정원과 검찰은 이 돈이 북한에서 흘러들어온 공작자금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계좌추적 작업을 벌이고 있다. 다만 김 씨가 국군기무사령부 조사에서 “군사기밀에 해당하는 부분은 알려주지 않았다”고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어 김 씨가 북한에 포섭됐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북한 측은 박 씨에게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 △황 전 비서와 함께 귀순한 김덕홍 전 북한 여광무역연합총회사 총사장 △1996년 강릉 잠수함 침투사건 때 유일하게 생포된 이광수 씨의 거처를 비밀리에 알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북한이 “배신자 황장엽의 목을 따라”며 암살조인 정찰총국 소속의 김명호 동명관 씨를 내려 보내는 등 황 씨의 암살을 꾸준히 모색하고 있음이 드러난 셈이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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