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하면 당선 상관없이 지급
2008년 총선 민노 17억 받아
정치참여 확대 명분도 살려
군 소정당엔 ‘꿩 먹고 알 먹고’
6·2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선 ‘여성 공천’ 경쟁이 뜨겁다. 우리나라의 여성 정치참여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해 크게 낮아 여성 공천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성 의무 공천을 강화한 개정 선거법이 처음 적용되는 것도 여성 공천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개정 선거법에 따르면 지역구에서 광역 및 기초 의원 선거에 여성을 1명 이상 공천하지 않을 경우 그 지역 공천 자체가 무효화된다.
하지만 각 정당이 여성 공천에 매달리는 데는 다른 숨겨진 이유도 있다. 바로 ‘여성추천보조금’ 제도이다. 이 보조금은 일반에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지만 당비 수입이 거의 없어 국고보조금에 상당 부분을 의존하는 한국 정당 풍토에서 무시하지 못할 ‘당근’이다.
여성추천보조금 제도는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처음 도입됐다. 지역구 의원에 여성을 많이 공천하는 정당에 정부가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다. 전체 지역구 의석수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공천한 정당은 보조금 전액을 가져간다. 만약 30% 이상 공천한 정당이 없으면 여성 공천비율과 국회의원 의석수, 선거 득표율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보조금을 나눈다. 하지만 어느 정당도 5% 이상 여성을 공천하지 않으면 보조금은 없다. 이번 지방선거의 여성추천보조금 총액은 37억7000여만 원이다.
지금까지 이 제도의 최대 수혜 정당은 민주노동당이었다. 2008년 국회의원 선거 때 민노당이 지역구 의원 254석 가운데 46곳(18.8%)에 여성 후보를 공천해 17억7900여만 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같은 해 민노당이 정부로부터 받은 전체 보조금(57억690여만 원) 중 31%를 차지했다. 한나라당은 전체 의석수의 7.3%(18명)을 공천해 4억7500여만 원을, 통합민주당은 6.1%(15명)을 공천해 5억9200여만 원을 받는 데 그쳤다. 공천자 수가 적은 민주당이 더 많은 보조금을 받은 것은 17대 국회의 의석수와 득표율이 한나라당보다 앞섰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2006년 4회 지방선거에서 여성추천보조금은 △한나라당 7억6800여만 원 △열린우리당 2억6300여만 원 △민노당 3558만 원이었으나 2년 만에 민노당의 보조금 ‘독식’ 현상이 나타났던 것이다. 군소정당은 당선 가능성이 낮더라도 일단 여성 후보를 많이 공천하면 당선과 무관하게 보조금을 받을 수 있어 여성의 정치참여 기회 확대라는 명분과 보조금이라는 실리를 동시에 얻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여성추천보조금 제도 도입은 여성공천 비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2회 지방선거 때 여성 후보는 전체 후보자의 2.3%에 불과했으나 보조금을 지급한 4회 때는 11.5%로 여성 후보 비율이 뛰어올랐다. 6·2지방선거에선 여성 후보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공천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28일 현재 한나라당은 광역의원 51곳, 기초의원 179곳에 여성을 공천했다. 4년 전 한나라당의 여성 후보는 광역의원 33명, 기초의원 89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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