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北군부 금강산 관광사업 직접 챙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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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위 산하 ‘대풍그룹’ 올 1월부터 中기업 투자유치 나서

북한 국방위원회 산하의 외자유치기관인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총재 박철수)이 올해 1월부터 금강산관광 운영에 참여할 중국 기업들을 물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소식통 A 씨는 25일 이같이 전하며 “일부 협상은 상당히 진척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또 “북한 지도부는 금강산과 개성에서 현대그룹을 내보낸 뒤 대풍그룹이나 국방위 소속 기관이 다수의 중국 기업을 임대사업자 형식으로 끌어들여 관광사업을 직접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소식통 B 씨도 “대풍그룹은 국가개발을 위한 투자유치의 전반적인 권한을 가진 기관이기 때문에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문제에도 자문 및 지도 감독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현대아산과 결별하더라도 계약 위반에 따른 복잡한 송사가 계속될 것”이라며 “어떤 중국 기업도 현대아산과 같은 포괄적 사업자로 나서지 않을 것인 만큼 북한으로선 가장 현실적인 대안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대풍그룹 또는 국방위 소속 기관이 금강산관광 운영에 직접 나선다면 1998년 11월 시작된 금강산관광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구조로 운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현대아산이라는 외부기업이 포괄적이고 독점적인 사업권을 행사했지만 앞으로는 국가가 사업자가 되고 다수 외국기업이 참여하는 형식이 된다. 특히 현재 노동당 소속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내각 소속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대신 국방위 소속 기관, 즉 군부가 직접 나서는 모양새가 될 것으로 보인다.

▼ ‘軍이 관광사업해 군비 조달’ 北, 쿠바식 모델 따라가나 ▼

이에 따라 북한 군부가 관광사업을 독점하고 여기서 벌어들인 수익으로 국방비를 자체 조달하는 ‘쿠바 모델’을 모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쿠바는 1990년대 초 옛 소련의 붕괴로 막대한 원조가 중단돼 이른바 ‘특별한 시기’라는 경제위기에 빠지자 외화 획득을 위해 외국인관광사업을 집중 육성했다. 쿠바도 북한과 마찬가지로 자본과 관광사업 운영 경험이 빈약한 상태여서 외국 기업들을 끌어들일 수밖에 없었다. 피델 카스트로 공산당 제1서기는 군부가 회사를 세워 사업을 독점하도록 했고 필요하면 외국인투자도 받도록 했다.

카스트로는 카리브해 연안이라는 천혜의 자연조건을 활용해 쉽게 달러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외국인관광사업을 체제유지에 핵심이 되는 군부에 할당해 충성을 유도하고 동시에 부족한 국방비를 군부가 자체 조달하도록 했다. 북한도 그동안 금강산관광사업에 일부 군부 산하 기업을 참여시켰지만 명목상 사업자를 노동당과 내각에 둬 ‘관광수입의 군사비 전용’ 시비에서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더는 남한 관광객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북한 군부로서도 굳이 뒤에 숨을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 지도부는 그동안 ‘고난의 행군’이라는 경제위기 직후인 1998년 ‘너무 싼값’에 현대그룹에 금강산관광사업권을 넘겼다고 후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이 이런 ‘쿠바 모델’로 성공할 수 있느냐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소식통 A 씨는 “대풍그룹이 중국인 기업들을 끌어들이더라도 현대아산처럼 운영을 잘할 수 있을지 알 수 없고 수익을 낼 만큼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예고한 대로 27∼30일 금강산관광지구 내 남측 민간 자산을 동결하고 관리 인원을 모두 추방할 경우 현대아산이 건설한 자체 발전기가 작동을 멈추고 이에 따라 전기와 수도 등 모든 인프라의 작동이 중단될 것”이라며 “북한이 자체적으로 인프라를 가동할 능력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식통 B 씨는 “대풍그룹은 여전히 남한 정부가 북한에 투자해야 전반적인 국가개발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따라서 남한 정부가 금강산관광에 나서도록 압박은 하겠지만 당장 중국 기업을 금강산에 들이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편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예고한 남측 민간 자산 동결 조치를 끝낸 뒤인 5월 초쯤 대북 민간교역 제한 등의 대응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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