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회 폐지’ 뚜껑 여니 “앗, 뜨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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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與 세차례 의총 격론
지역구 의원들 강력 반발…특위 법안 처리 불투명

“의원들의 반발이 이렇게까지 심할 줄은 몰랐다.”

국회 지방행정체제개편 특위 소속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12일 오전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한나라당은 특위가 마련한 지방행정체제개편 특별법안 처리를 위해 8, 9일에 이어 12일 다시 의총을 열었다. 세종시 수정안 처리를 놓고 2월 말 5일 연속 의총을 연 것을 제외하면 단일 사안으로 3일이나 의원총회를 여는 일 자체가 이례적이다.

의총에서 가장 쟁점이 된 사안은 특위 법안에 포함된 구의회 폐지다. 특히 서울과 광역시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의 반발이 거셌다. 이 때문에 3일간 의원총회를 열고도 당론을 정하지 못했다. 결론이 나지 않자 안상수 원내대표는 “특위에 전권을 위임하되 여야 원내대표단끼리의 협상도 병행하겠다”며 의총을 마무리지었다.

▶본보 12일자 A8면 참조
6·2 지방선거 누가 나오나


서울시와 광역시 출신 의원들은 “구청장을 직선으로 뽑으면서 구청장을 감시하는 구의원을 뽑지 않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으며, 구의원을 없애고 시의원을 늘리면 시의원이 시정과 구정에 모두 개입해 권한이 너무 커진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위 법안이 구의회를 없애는 대신 구 출신 시의원과 구청장이 구정협의회를 설치해 운영하도록 하고 있는 점을 염두에 둔 주장이다.

하지만 의원들이 이처럼 강력히 반발하는 이면에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의원은 “국회의원들에게 가장 위협적인 지역구 내 잠재적 라이벌은 구청장”이라고 설명했다. “구청장은 당원과 주민들을 수시로 접촉하는 자리다. 더구나 상향식 공천이 일반화되는 추세다. 구청장이 차기 총선에서 현직 의원을 위협하는 출마자가 되는 상황을 경계할 수밖에 없는데 그런 구청장을 감시하는 게 바로 국회의원들이 공천한 구의원이다. 그러니 구의회를 없앤다는 게 의원들 처지에선 세종시보다 더 중요한 문제일 수도 있다”라는 설명이다.

한편 민주당이 이번 주 이 문제를 다룰 의총을 열기로 함에 따라 특위는 13일 열 예정이던 법안심사소위를 유보했다. 결국 여야 원내대표 협상을 통해 구의회 폐지 여부의 최종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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